[와글와글 커뮤니티] "어린이집 원장입니다, 어쩌라는겁니까?"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일보DB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일보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공식 휴원에 들어간 한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차라리 가정보육 하시라"며 호소하는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원장입니다. 어쩌라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2년간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라는 그는 "신종플르, 메르스도 스쳐지났지만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모두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며 글을 시작했다.

글쓴이는 "23일까지 공식 휴원이다.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모가 굉장히 많으며 하루 이틀 연차 써가며 가정보육은 가능하나 이렇게 통으로 몇주씩 가정을 지키며 자녀를 돌보는 것이 녹록치 않다"며 "코로나가 어린이집만 피해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가정을 위해 긴급보육을 한다. 그만큼 안전과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보육료가 전액 지원되는 점, 코로나로 인한 결석은 출석특례로 인정돼 보육료 지원에는 차질이 없는 점 등을 설명하고 보육 교직원 보호를 위해 아이들을 돈으로 따져가며 등원시킬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최대 커뮤니티인 '맘카페'였다. 이곳에선 이래저래 어린이집을 성토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글쓴이는 "휴원 중에도 긴급돌봄 운영하니 보내실 맘들은 보내라고 했다고 운영만 생각하는 나쁜 어린이집으로 치부한다. 또 감염 예방 차원에서 공식 휴원 시 가급적 진짜 급한 사항 아니면 긴급돌봄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맞벌이는 어쩌라고 그러냐고 난리"라면서 "아직 신입원아 얼굴을 보지 못해 안부차 전화하며 보고싶다고 했더니 득달같이 커뮤니티에 '우리 애 본 적도 없으면서 혹시 퇴소할까 아부떤다'고 글을 올리더라. 뿐만 아니라, 그런 연락이 없는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다고 대처가 발빠르지 않다고 흠 잡는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장으로서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나라의 비상사태로 공식휴원을 했으면 휴원에 걸맞게 가정보육 하셨으면 좋겠다. 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 먹을 바에는 그게 더 나을 것 같다"며 "코로나로 모든 것들이 어지러운 나날에 많이 심난하고 또 이래저래 동네북마냥 두드려맞는 어린이집일이 지치기도 한다. 어찌해줘야 만족스러우실까?"라고 말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이런 어린이집 원장의 글에 공감을 드러냈다. 대부분 "고생 많으시네요. 다들 왜 이리 자기 생각만 하고, 방어적으로 받아들일까요? 이해하는 학부형들도 많을거예요. 힘내세요" "그런 사람은 백에 한 두명일거예요.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저는 작년에 제일 고마운 사람이 누구였냐 물으면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합니다. 저희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고요. 대부분 저같으니 힘내십시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글쓴이를 응원했다.

특히 "힘내세요.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라 이런 상황을 몸소 겪고 있습니다. 저희도 맞벌이 부부라 근급보육이라도 없으면 정말 난감해요.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이해해야 하는 게 맞는데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원장님 같은 분들 덕에 마음 놓고 일합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거나, "어린이집에서 3년간 있다가 관둔지 4년정도 되어갑니다. 길게 일한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들 상대하기 정말 힘듭니다. 정말 저희 대할 때랑 뒤에서 모여서 말하는거랑 너무달라요. 약간 그 파가 있어요. 좋은 엄마들도 그 어머니파가 뭐라하면 바로 한 패 되시더라고요"라는 등 깊은 공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누가 수업료 돌려달랬나? 안 한 특활비랑 간식비는 왜 달라는 거냐는데 뭔 멍멍이 소리들이야. 긴급보육 있고 운영비 필요하니 수업료는 내고 그 외 돈 돌려달라는데. 니들은 폰 요금 낼 때 안 쓴 부가서비스도 내냐고. 기본요금 저는 낼테니 이번 달 안 쓴 부가서비스 돌려받고 싶다는데 난리람. 실제로 이월시켜주는 원들도 있는데..."라며 비판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맞벌이 하는데 방학이나 명절에 꼭 원장샘이 '그날 ㅇㅇ이만 나온다는데 어쩌죠 어머님' 이렇게 말함. 어쩌긴 어쩌라는건지...남편이랑 번갈아가며 연차쓰고 이리저리 해서 하루 정도만 보낸다고 신청해도 'ㅇㅇ이 혼자오면 심심하겠어요. 그래도 보내시는거 맞죠? 이렇게 말하는데 눈치주는 것 같다고 느끼긴함. 이글 작성자 원장 선생님이 그런 의도로 하는 거 아니라고 하시는데 천사같은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기에... 긴급보육으로 아이 보내는 거 눈치 주는 선생님도 분명히 있긴 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국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당초 8일에서 오는 22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휴원에 따른 돌봄 공백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에 당번 교사를 배치, 긴급 보육도 시행하고 있다. 긴급보육의 경우 사유에 제한을 두지는 않으며, 어린이집은 긴급보육 계획을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보호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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