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 기세가 심상치 않다. 확진자가 7천 명을 넘어 그 끝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보호 장치인 방역은 이미 전쟁이 되었다. 국내외적으로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5일 구리시는 싱가포르 출장 중 감염되어 귀국한 확진자 발생으로 먼저 혹독한 매를 맞았다. 옛말에 ‘이왕 겪어야 할 일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괴롭더라도 먼저 치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5년 전 이미 메르스를 경험했던 구리시는 당시 위기상황임을 직감했다. 그 즉시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공개하고 전방위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즉각적인 위기관리에 돌입했던 것이다.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내성을 키웠던 위기관리 매뉴얼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기준이 됐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가 침투할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늘 긴장의 끈을 동여매고 있다. 다만 또 다시 확진자가 엄습한다 해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돌아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경험했던 바이러스와의 전쟁 승부수는 매뉴얼에 의한 정답보다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찾을 수 있다. 세월호만 보더라도 선장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동선의 신속한 공개에 의한 정밀타격의 방역시스템 가동은 구리시만의 창의적 위기 관리였다. 현장에서 방역전투에 임하다시피 한 민·관 및 자원봉사자와의 유기적 협조체계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초기 코로나19 기세가 한창일 때 확진자에 대한 특단의 대응 조치로 중앙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캠핑카 운영은 바이러스 감염증 차단의 혁신적 매뉴얼로 기록될만한 것이었다. 신천지교회에 대한 초기 대응도 단호했다. 부실한 자료와 비협조적인 태도로 사태를 악화시킨 신천지교회에 대해 구리시는 그들 스스로가 자가격리에 동참하고 콜센터를 운영하여 바이러스 예방에 나서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선제적인 대응으로 다행히 신천지발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요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화제뉴스가 길게 줄을 선 마스크 구입행렬이다. 마스크는 이제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이 됐다. 이미 구리시는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2월 4일 당시 질병관리본부 등에 면 마스크를 사용하면 감염증 예방효과가 있는지, 1회용 마스크에 소독제를 뿌린 후 재사용해도 되는지 여부를 질의하며 마스크 대란에 대비했다.
결국 식약처는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으면, 상황과 장소에 적절하게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권고사용을 개정했다. 구리시는 그 즉시 재봉틀을 갖춘 여성·노인회관 홈패션 봉제반 수강생들과 지역의 업체들을 수소문하며 면 마스크 제작에 돌입했다. 그리고 구리시 공무원은 보건분야 및 대민접촉이 잦은 부서 외 모든 직원들은 면 마스크를 착용토록 했다. 장기전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일회용 마스크를 비축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에는 정세균 총리 담화문에서 “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먼저 면 마스크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역사처럼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면서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언제 어디서든 신종 바이러스 창궐에 대비하며 더욱 담금질해야 한다는 숙제는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를 원망하기 보다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방역 소독제인 ‘차아염소산수’를 비치하고 시민 스스로가 방역주체가 되어 감염증을 예방해 나가는 위기관리 운영은 바이러스 전선에서 좋은 본보기다. 구리시민과 공무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방역매뉴얼을 다시 써내려 가는 기록들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승남 구리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