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산 가치는 누군가 이를 적절한 가격에 이용함으로써 유지된다. 2020년 4월, 대한민국 국민은 코로나19로 불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매몰(埋沒)되어 있다. 3월을 기준으로 실업급여 신청자는 19만 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고용노동부가 추정하였다고 한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루 6천명 정도가 가족의 생계수단인 직장을 잃는 것이니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위해 나라에서는 일정 기간 생계보조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업자가 겪는 경제적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얼마나 부족한지 살펴보자.
지난 7일, 국내 6개 주요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2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은행의 ‘예ㆍ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약 113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2만 건이 늘어난 수치이다. 한사람이 1건의 예금을 해지하였다고 하면 22만 명이 코로나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것이며 한사람이 2건의 예금을 해지하였다고 하면 약 11만 명이 은행 예금을 해지하여 생계자금 등으로 활용하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예금의 해지와 더불어, 보험의 해약 또한 급증하였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장기 해약환급금이 2조3천3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9% 늘어났다고 한다. 보통, 보험을 해약할 때는 보험사가 운영비와 해약공제액 등이 제외되고 돌려주기 때문에 가입자는 해약에 따른 손해를 많이 보게 된다. 따라서, 가입자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은 실업급여와 함께 은행의 예금을 깨고 보험을 해약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닥칠 것이라는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이 전망이 계속 발표되고 있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지난 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 경제가 -2.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해외 경제평가 기관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렸고 모건스탠리는 -1.0%, 스탠다드차타드는 -0.6%로 전망하였다. 심지어, 일본계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7%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듯, 극단적 침체가 예상되는 경제를 살리고 실직과 소비 축소, 기업실적 악화로 다시 실업률이 증가하는 경제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금융안정 프로그램 등으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지원정책은 국민의 세(稅) 부담 증가가 전제된다. 따라서, 1천743조에 이르는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제 활력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에게 증세의 큰 부담을 지운다는 반론도 자산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기업실적 악화로 근로자가 실직하게 되면 이들의 소비력은 상실되고 그동안 이들의 소비력에 의존하였던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상위 자산가들의 주요 자산 중 하나인 빌딩의 임차에 영향을 주고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재난지원금 등으로 늘어난 세금을 부담하는 것보다 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내가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의 이웃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내 자산을 지키는 방패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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