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됩시다

송한준
송한준

지난주에 4ㆍ15 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보조보행기에 의지한 채 투표장으로 향하는 어르신도 있었고, 올해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앳된 얼굴의 유권자들도 만났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은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선출직’인 내 자리의 무거움도 다시금 느껴졌다.

10여 년 전, 처음 선출직인 도의원 후보로 나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직장에서 노조위원장을 했기에 남 앞에 많이 서봤다. 그런데 유세 현장에서 대중 앞에 서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선출직에 나서기 전에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때가 됐구나, 또 시끄럽구나’ 뭐 이런 느낌으로 유세 현장을 지나쳤던 것 같다.

나는 유세차에 올라 이런저런 공약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사람들 반응이 싸늘했다. 그나마 힐끗 쳐다보는 관심이 반가웠는데, 그 눈빛에서도 불신이 가득했다. 첫날의 유세를 되돌아보며 밤새 고민했다.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백지 공약’이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주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공약으로 채워 넣어서 실천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귀를 열었더니 주민들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

선출직이 되는 과정은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거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은 경선 후보의 자격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당 경선에서 당원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의 정당 후보가 된다. 이후 유권자를 본격적으로 만나는 것은 선거를 앞둔 2주 남짓이다. 이 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도 높여야 하고, 공약도 알려야 한다. 제한된 시간 속에 피가 마른다. 선거란 각 정당의 지지도와 시대 흐름, 유권자의 사회적 요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선거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원하고, 좀 더 삶이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려고 고민하게 된다. 저마다 지역의 후보를 보면서 사람 됨됨이도 보고 공약도 살피고, 주변의 평판도 듣는다. 이렇게 고심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그 한 표 때문에 당락이 갈리는 상황들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올해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고민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 총선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된 점이다. 그동안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만 선거 연령이 만 19세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고, 다양한 세대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두 번째는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다는 점이다. 거대 양당 체제로는 세상의 변화와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기에 역부족이다. 본래 제도 취지와 현실이 다른 부분은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

모레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말씀으로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대신하고자 한다. “주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합시다. 추종하는 시민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스스로의 위상을 바꿉시다. 그리고 시민은 선택합니다. 선택을 잘하는 시민, 그래서 지도자를 만들고 지도자를 이끌고 가는 시민. 지도자와 시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됩시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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