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 성종때 왕자 태실 추정 태실비 발견...발굴 필요

▲ 파주정자리 태실

그동안 문헌상으로만 존재했던 조선 초기 성종(1457~1494년)의 왕자 태실(胎室)로 추정되는 태실비가 파주시 군내면 민통선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전국에 조선 초기 태실비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 정확한 태주와 태실 구조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발견된 태실비의 긴급발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주시문화원은 부설 파주향토문화연구소가 민태승 파주문화원 고문의 안내로 민통선인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에서 조선 초 성종의 왕자 태실(이하 정자리 태실)로 추정되는 태실비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태실은 태항아리를 석함에 넣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 낮은 봉분에 덮개를 덮는 시설을 말한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부설 파주향토문화연구소장은 “정자리 태실 존재는 지난 2000년 국립문화재연구소 및 1994년 육군박물관에 의해 알려졌지만 통제지역으로 인해 모두 구전과 고지도(해동지도 등)에 의한 확인에만 그쳐 실제 지표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자리 태실비는 파주 군내에서 많이 나는 화강암으로 총탄의 자국이 선명했으며 조선 후기 태실비에 비해 두께가 두꺼워 조선 초 세조부터 중종 이전 시기로 추정된다”면서 “특히 태실비는 측면 부의 비율과 기울기, 크기 등이 이미 발견된 월산대군의 태실비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또 “규수방부(상부는 각이 지고 하부는 네모의 받침석이 있는 형태)로 글자가 심하게 마모돼 현재 남아 있는 글자를 추정하면 전면에는 왕자(王子) 등이 표식돼 있고 후면에 입비연도가 1493년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성종 23년에서 성종 24년 사이에 태어난 왕자로서 성종후궁 숙용 김씨, 귀인 정씨, 숙용 심씨, 숙용 권씨, 숙의 홍씨 소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태실을 연구하는 한국태실연구소 관계자는 “파주문화원의 민통선문화유적보고서에서 추정한 태실비의 형태가 조선 초기 성종 왕자의 태실이 맞는 것 같다”며 “전국에 조선 초기 태실비가 거의 없어 귀중한 유물”이라고 밝혔다.

차 소장은 “파주에는 축현리 태실(국립중앙박물관소장)과 객현리 태실 등 3곳 정도 파악되는데 이번에 새로이 태실을 확인했다”며 “민통선 장단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긴급히 태실함과 주변 석물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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