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외국인 주택단지인 인천 송도 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 거주중인 재외동포들이 사전 청약을 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사업 진척이 없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사업 지연에 따른 청약자들의 계약 파기 등 사업 좌초 위기는 물론, 자칫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대외적 신뢰 하락 등 국제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업시행자인 ㈜인천글로벌시티 등에 따르면 해외 시민권과 영주권을 가진 동포를 대상으로 한 지상 70층 초고층아파트 498세대와 오피스텔 661실 규모의 송도아메리칸타운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9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한 뒤, 같은 해 7월 사전 청약을 해 평균 2.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당초 2019년 10월께 하려던 동·호수 추첨 등 본 계약은 소식이 없고, 당연히 같은 달 착공하려던 계획도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또 오는 2024년 3월 준공 목표도 불확실하다. 현대산업개발과 도급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건설자금 조달(PF)을 위한 금융사 계약도 아직이다. 아파트 건설을 위한 절대 공기가 4년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1년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송도아메리칸타운 분양에 참여한 해외부동산에이전트들이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방화섭 글로벌시티 대표이사 등에게 “조속한 사업 진행과 명확한 사업 일정을 통보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보내기도 했다.
청원을 통해 에이전트들은 “시행사인 글로벌시티가 건축인허가접수와 사업승인 지연, 시공사 선정지연, 분양가 조정 및 대표이사 변경 등 탓에 사업이 지연 중이다”며 “이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나 사업일정 통보가 없어 해외동포 청약자들과 에이전트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사업진행 방식 탓에 현재 불신의 골이 깊다”며 “청약자들이 강력한 항의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집단 움직임도 있어 수많은 민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청은 청약자들이 자칫 집단으로 계약 해지는 물론 법적 소송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 계약 해지는 사업이 좌초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곧 인천시 등에 대한 대외적 신뢰 하락 등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시티는 시와 경제청의 인천투자펀드가 100% 출자해 사실상 공공기관의 성격을 띤 회사다.
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시티측에서 지난 2019년 12월에 인허가를 신청했고, 최근 인허가를 승인해줬다”며 “하지만 새로운 대표이사가 오면서 업무파악 및 사업성 등을 이유로 계속 일정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당초 계획보다 훨씬 늦어진데다 청약자들의 민원이 상당해 (글로벌시티측에)사업을 서둘러 추진해 달라고 재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시티 관계자는 “예정대로 열심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시공사와 계약 협상이 끝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면서 “곧 시공사 계약이 이뤄지면 분양가 확정, 동호수 추첨 및 본 계약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민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