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만들자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이목을 한반도로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러 국가가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하고 드라이브스루 검사방식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제 한류의 영역이 보건·의료 분야까지 확대돼 ‘K-의료’의 시대가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건·의료 협력을 다룰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북한의 ‘자력갱생’이 쉽지 않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 협력과 식량지원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원산·양덕·삼지연 등 관광지를 개발해왔다. 관광은 경제제재 국면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4월15일 완공 예정이었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최근 서둘러 착공된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들도 국가적 위기에 처한 마당에 의료시스템이 미비한 상태로 해외관광객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 입장이라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만약 남북정상회담에 보건·의료 협력이 의제로 채택된다면 단순히 의약품과 물자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북한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주요도시에 의료센터를 건설하고 첨단 의료기기 제공, 운영인력과 의료진 양성 등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남북한 주민 간 활발한 교류를 위해서나 해외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도 북한 의료 선진화는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의료 협력과 함께 관광 사업을 연계해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면,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대규모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호텔·리조트·컨벤션 사업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선 남한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의료기술과 헬스산업을 접목한 의료·휴양 복합 관광지로 개발하자면 남북 협력이 절실하다. 북한으로서도 투자 재원을 분담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반도의 허리에 자리 잡은 원산은 지리적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최단거리에 있는 동해안 항구도시로서 일본과 연계가 용이하며 국제 크루즈선박의 경유지로 개발할 수도 있다. 명사십리와 송도원의 아름다운 해변,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통천온천 등 인근에 관광명소가 많다. 태백산맥 동쪽이라 겨울철 미세먼지의 영향도 적어서 휴양 및 요양시설의 위치로는 최적이다.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국제투자 유치도 검토해 보자. 원산 경제특구에 특별법을 적용하고 해외 투자자에게 주거·리조트 단지를 분양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와 협력해 보건·의료 및 관광 시설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원산 국제 의료·휴양 관광지의 미래를 꿈꿔 본다. 세계 각국에서 수준 높은 ‘K-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원산에 와서 치료와 휴양을 한 후 관광을 한다. 한국의 노년층은 아름다운 해변의 실버타운을 분양받아 노후를 보낸다. 원산 경제특구에는 의료·휴양에 특화된 남북협력 산업을 육성하고 원산항을 통해 수출한다. 이런 구상을 담은 원산 개발 방안을 올해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제안하면 어떨까.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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