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학창시절 학교예술교육을 돌이켜보면 예술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학교교사들의 영향력은 지대했다고 할 수 있다. 자질이 있는 학생을 발굴하고 진로와 미래의 꿈을 상담하였으며 때때로 담당교사와 전공이 같을 경우 과외로 사사하는 등 그야말로 학생들에게는 예술가의 꿈을 키워 주는 멘토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 왔다. 학생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아 교사와 함께 예술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의 부모님들은 어디를 찾아 자녀의 미래를 상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은 여러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과정에서 공교육의 지대했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예술고등학교가 있지 않나’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마치 사용한 지 수년이 넘어 용량이 초과된 스마트폰으로 새롭게 출시된 신상 게임을 즐기라는 말과 같은 꼴로 들린다.
분명히 우리 예술교육의 현주소는 급속도로 다양해지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예술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스템의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사교육시장이 예술교육의 최전선에서 지금처럼 전방위적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마땅한가! 예술학도들의 과도한 사교육비의 부담, 그리고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만큼이 다가올 미래의 불공정한 기회 획득의 크기로 이어지는 차가운 현실적 구조는 우리가 꿈꾸는 문화선진국의 위상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시대, 이제는 예술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숨겨진 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접는 아픈 현실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술교육분야도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안에서 다시 설계되어야 하며, 총체적인 예술교육 패러다임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예술교육의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공정성, 다채로운 분야를 담아내는 다양성, 장르를 아우르는 유연성,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수월성, 그리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확산될 미래 비대면 예술시장으로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또한, 미래형 교육 시스템은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급속도로 확장되고 수정될 수 있는 온라인 세계처럼 예술교육 시스템의 메모리도 데이터의 추가와 삭제가 자유로운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광범위한 각 분야의 다양한 교육주체가 창의적으로 만든 열려 있는 교육 제도만이 문화 선진국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우리가 모두 예술교육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각자가 자신만의 맞춤형 징검다리를 만나 이루고자 하는 예술가의 꿈을 성취하는 첫 세대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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