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와부읍 일대 통행로에 때아닌 경계 펜스가 설치되면서 수십년간 이곳을 오가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해당 펜스가 가로막은 길은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출입해야 하는 곳으로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남양주 와부읍 마을 이장단에 따르면 장수건강㈜과 한신공영㈜은 지난해 5월 와부읍 월문리(백봉산 일대) 인근에 철제 울타리 펜스를 세웠다. 성인 남성 키 남짓한 높이(약 170㎝)의 펜스는 월문리 336, 337, 340, 341-1의 현황도로 상에 토지 경계를 따라 수백여m에 걸쳐 설치됐다.
현장에 설치된 펜스에 붙어 있는 경고문에는 ‘사유지이므로 무단 출입을 금한다’, ‘2019년 6월30일까지 경계 펜스를 설치할 예정’ 등의 문구와 함께 장수건강㈜과 한신공영㈜ 관계자들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장수건강㈜은 건설 전문업체 한신공영㈜이 지분 90%가량을 소유한 회사다.
그러나 이 펜스는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철거되지 않은 채 임도(산림으로 연결되는 차도)로 향하는 통행로를 막고 있다. 이에 월문리를 비롯한 와부읍 주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주민들의 통행로 및 등산로, 차량 진출입 용도로 쓰여온 길이 완전 봉쇄 당해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25일 장수건강㈜과 한신공영㈜을 일반교통방해죄로 진정한다는 내용의 진정서와 함께 이장단 등 117명의 서명이 담긴 연명부를 남양주시에 제출했다. 현재 와부읍에는 2만3천911가구(6만3천767명)가 거주 중이며 울타리 펜스가 설치된 월문리(1~6리)에는 963가구(2천49명)가 살고 있다.
월문리 이장단 관계자는 “이곳에서 수십년을 살았지만 해당 통행로가 막힌 적은 없었다”며 “월문리 주민들 뿐만 아니라 평내동 등 인근 마을과 오고 가는 길이 막혀 와부읍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갑자기 길을 막아버린 것을 보니 ‘알박기’ 등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단순히 통행로, 등산로가 막혀 불편한 것 외에도 산불을 비롯한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는 구간이 가로막혀 매우 위험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울타리 펜스로 막힌 구간 너머에서 불이 날 경우 이전처럼 소방차가 바로 진입하지 못해 차량으로 20여분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남양주시 관계자는 “펜스가 설치된 부지가 사유지인 탓에 강제로 철거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오랜 세월 통행로 및 소방차 진출입 용도로 쓰여온 만큼 협조를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수건강㈜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남양주시 측에서 보낸 공문이 도착하면 향후 조치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한신공영㈜ 측은 장수건강㈜에 문의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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