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모신 아버지가 늘 마음 아파하셨던 달이다. 전쟁으로 헤어진 부모ㆍ형제, 북에 두고 온 가족을 평생 그리워하셨다. 아버지가 술잔을 기울이실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실향민 가족으로 살다 보니 나에게도 유월은 특별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았다.
올해는 6ㆍ25 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은 77만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수많은 이산가족과 전쟁고아를 만들었다. 3년 뒤인 1953년에 총성은 멈췄지만 ‘휴전’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는 시간이 더할수록 물리적 분단에서 심리적 분단으로 확대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올해는 6ㆍ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이기도 하다. 2000년 조국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때 남북 정상은 자주적 통일 노력, 양측 통일방안의 공통점 인정,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 인도적 해결,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한 신뢰 구축, 남북대화 조속 개최라는 5개 조항에 합의했다. 남북한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실무회담도 이어졌다. 이후 남북한 교류 협력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6월6일은 현충일. 국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비는 날이다.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하는 국가추념일이기도 하다. 경기도에는 31개 시ㆍ군마다 현충탑이 있다.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참전용사 기념탑도 곳곳에 있다.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얻어진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호국 유적지를 찾아 경건하게 예를 갖추는 것이 어떨까.
최근에는 훈훈한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방역물품이 모자라 애태우는 나라가 많은데, 그중 6ㆍ25 참전 국가에 우리나라가 구호 물품을 보냈다. 부연하면 국가보훈처가 6ㆍ25 전쟁 22개 유엔 참전국의 참전용사에게 지난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를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각 자치단체도 지역 수호에 공헌했던 참전용사들에게 방역 물품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알려지자 ‘대한민국은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로 전 세계에 인식됐다.
유월은 빛나는 달이기도 하다. 1일 의병의 날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민중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왜적과 싸운 것을 기린다. 6ㆍ10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잘 대응하는 국가로 세계가 격찬하는 대한민국의 모범 방역 원천은 자발적 참여 민주주의 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한 이도 있다. 그래서 유월은 한편으로는 아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달이다.
남북 분단의 슬픔은 실향민 가족의 마음에서, 지난 비극의 역사에서, 또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대북 전단 살포 문제가 불거져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는 4ㆍ27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고, 파주·연천 등 북한과 접경된 지역에 사는 주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전북대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망’이라는 강의를 통해 ‘선비적인 문제의식’과 ‘상인적인 현실감각’을 강조한 바 있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70년 분단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야말로 꼭 필요한 말이다. 오늘은 내일의 역사, 우리 앞에 흐르는 유월의 강을 잘 건너야 한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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