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李 지사의 기본소득, 왜 논란인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기본소득은 핀란드가 실험단계에서 중단했고,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아예 부결했던 제도다. 기술혁신 등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를 기존의 사회복지제도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지만, 들여다보니 득보다 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다. 반면 복지국가로 정평이 난 독일이나 스웨덴 등은 기본소득 대신에 기존의 복지제도와 고용제도를 개혁하였다. 기술혁신에 따른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발맞추어 일하는 방식과 복지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근로소득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정부가 소득보조를 해주는 전통적 복지는 재정위기를 일으켜 지속할 수 없었고 결국에 고용불안마저 키웠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연구 과제로 삼을 정도의 관심사인데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에서 뜨겁다. 기본소득을 차기대선의 핵심 의제라고 주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을 지폈다. 그는 작년에 국토보유세를 거두어 월 40만 원씩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려면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기에 최근에는 말을 바꾸었다.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연 600만 원으로 늘리자면서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고 했고, 기본소득은 제2의 소득주도성장이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구조적 경기침체를 타개하는 경제정책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의 주장이 논란이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은 실패로 드러났다. 지난 3년 만에 경제성장이 반 토막 났고, 공공단기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빼면 고용도 대량실업으로 악화됐다. 또 미국과 독일 등은 4차 산업혁명이 경기침체는 고사하고 실업을 역대 최저로 줄이도록 일조했다.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기존의 다른 복지지출을 줄여야 한다. 복지제도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 중점이 있기에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들에게 돌아갈 파이가 준다. 반면, 고임금 근로자도 기본소득까지 받게 되어 소득 불평등이 더 커지게 된다. 이런 모순을 피하려면 기본소득은 대규모 증세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어 결국에는 수요가 늘기는커녕 줄여 불황만 깊어지게 만든다.

기본소득보다 취약계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고임금과 고용 보호 혜택을 누리는 소수의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조합원인 기득권 근로자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처한 다수 근로자로 단절되어 있다. 경직적인 임금ㆍ고용 관행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숙련형성과 직업훈련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어 빈곤화도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문제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일으키고 소득주도성장도 실패하게 만든다. 여기다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그랬듯이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만들어 제도적 경기침체까지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노동 개혁은 고사하고 기득권자 보호에 급급해 취약계층이 늘었다. 또 취약계층 지원한다고 재정을 확대해도 취약계층 줄이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에서 구조적 경기침체를 일으킨다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초한 고용위기와 재정위기에 코로나 위기까지 덮쳤다. 취약계층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재정을 급팽창했으나 국제신용평가회사와 국제기구는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이전에 재정부터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재정이 무너지면 수많은 공공일자리마저 사라진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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