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거리두기

말문을 오래 닫았더니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나 봐요

마당에 봄도 늦어서야 미적거리며 들어오고

허물없이 드나들던 이웃 안부도 없어요

꽃 잔치 초대에도

마음만 보내놓고 있는데

먼 길 왔으니 쉬었다 가라고

펼쳐놓은 평상에 앉지도 않고

벌써 봄이 가려나 봐요

바람이 등을 미는지 하루가 흔들리고

눈송이처럼 꽃잎이 흩날려요

시큰둥 돌아앉은 나를 기어이 일으켜놓고

눈치 보듯 찾아온 봄은 왜 바쁘게 가려는지

하늘은 왜 자꾸 부신 눈길을 보내는지

지는 꽃잎에 더는 버무릴 한숨도 없어

흰 구름 한 자락 내려와

먹먹함을 덮었어요

송미정

<문학시대>로 시. <수필과 비평>, <한국수필>로 수필 등단했으며 6권의 시집과 3권 의 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국제펜 한국본부회원으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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