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맹꽁이 없는 안산 ‘맹꽁이 서식지’

맹꽁이는 ‘쟁기발개구리’라고도 불린다. 지난 2012년 5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선 서울과 경기도, 경남 등지의 습지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를 복원한다고 나선 건 지난 2017년이다. 환경부가 시행한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에 자연환경보전사업자인 ㈜한국도시녹화와 공동으로 신청해 선정됐다. 안산시가 이를 통해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은 정부 예산은 4억5천만원이다. 대상지는 원포공원이다. 원포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04년 공단과 주거지 사이에 10만6천여㎡ 규모로 조성했던 곳이다. 맹꽁이 서식지는 원포공원 전체 면적의 16.8%인 1만8천㎡ 규모로 조성됐다. 산책로와 운동시설, 다양한 수종의 나무 등이 들어서 있다.

문제는 맹꽁이 서식지가 조성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2017년)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맹꽁이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주민들이 자주 찾아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등 인적이 잦은 곳이어서 맹꽁이 서식지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맹꽁이는 밤에 땅 위로 나와 포식 활동을 하고 장마가 시작되는 6월께는 물가에서 산란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식지에는 물 공급이 필수다. 그런데도 물 부족으로 맹꽁이 서식지에서 맹꽁이를 찾을 수가 없다. 안산시는 이 같은 상항에서 맹꽁이 서식지에 물을 공급하고자 관정을 설치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하수 부족으로 이마저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애초 안산시가 서식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맹꽁이 서식지에 맹꽁이는 없고, 이곳이 맹꽁이 서식지임을 알지는 표지판만 남아 있다. 맹꽁이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는 만큼 서식지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서식지를 근린공원으로 환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추진한 사업에 대한 관리ㆍ감독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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