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마을 안길 사업 '후폭풍…개발 수요 많은 용인 곳곳서 다툼

#1. 용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씨는 올해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의 부동산으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도로 1개뿐인데 이 도로에 갑자기 높이 2m의 흰색 펜스가 쳐져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펜스가 생겨난 이유를 알아보고 더욱 황당했다. A씨의 부동산으로 들어오는 길은 법정 도로가 아닌 마을안길인 현황도로였고 이 도로 일부를 토지주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흰색 펜스를 쳤던 것이다. A씨의 부동산 진입로는 통행하기 불편한 곳이 돼버렸고 불편함이 계속된 A씨는 지난 5월 토지를 계측한 뒤 사비 500여만원을 들여 공도를 조금 넓히는 공사를 진행, 겨우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2. 용인시 처인구 한 마을에선 통행료 명목으로 한 토지주에게 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건넸다. 명목은 14년간 마을안길로 이용한 도로에 대한 통행료였다. 마을 출입구가 다른 사람들 땅에 둘러싸여 있는 맹지였던 이 마을은 통행을 위해서라도 통행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B씨는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이 전부 맹지에 둘러싸여 있다”며 “토지주들이 길을 막으면 마을로 들어 설 수가 없다. 마을안길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의 불화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고 토로했다.

용인플랫폼시티, SK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등 개발 호재를 맞고 있는 용인에서 마을안길 갈등이 곳곳서 터지고 있다. 개발 여파로 땅값이 들썩이면서 도로는 아니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인 마을안길에 대해 소유권 주장이 펼쳐지면서다.

마을안길의 역사는 지난 1970년대 시작됐다. 정부가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개인 소유 토지를 마을안길로 조성했다. 취지는 불편한 도로를 더 편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마을안길로 정해진 토지에 대해 개인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소유주의 후손이나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과 도로가 있는 토지를 가진 소유주간의 도로분쟁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의 경우 개발호재로 땅값 상승이 예측돼 토지거래 등이 이뤄졌고 소유권 이전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특히 도농복합형 도시인 용인에서 농촌지역이 많은 처인구에선 이 같은 일이 빈발, 수십년간 지내온 이웃주민 간의 불화와 다툼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행정기관이 나서 중재할 권한과 근거도 없어 개인과 개인간 분쟁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관계자는 “마을안길과 관련해 사유권 분쟁으로 들어간다”면서 “현재까지는 행정기관이 중재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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