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지역 연대로 ‘깨끗한 물 만들기’ 신호탄 쏘자

강 하류 지역에 위치한 평택은 ‘물의 도시’라 불릴 만하다. 평택 남ㆍ북ㆍ서부를 관통해 흐르는 진위천과 안성천, 도심 속 시민들의 숨결이 깃든 통복천과 서정리천, 바다를 닮은 평택호까지, 평택 곳곳에는 훌륭한 수자원이 자리한다. 일찍부터 논농사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도 풍족한 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택시의 수자원 관리는 오랫동안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하천 오염원은 증가했지만, 이를 개선할 정책은 미비했다. 그 결과 평택 대부분의 하천 수질은 나쁨 혹은 매우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평택호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정도이며, 여름이면 평택호는 물론 진위ㆍ안성천도 녹조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염으로 진정한 ‘물의 도시’로 나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깨끗한 물은 건강한 자연생태계와 직결되고, 시민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며, 관광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그래서 민선7기 평택시는 맑은 물을 시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 공약했다. 그리고 약속 이행을 위해 한 발씩 내딛고 있다. 2019년 수질관리 로드맵을 수립했고, 2030년까지 하천수의 70%를 2등급 이상의 수질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4월 환경부 공모사업에 통복천이 선정돼 140억원의 국비를 확보한 것은 좋은 물 만들기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앞으로 평택시는 친환경적인 평택호 준설로 평택호의 수질을 개선해 나가고, 축산 공공처리시설 설치, 인공습지 조성, 진위·안성천 전 구간 낚시금지구역 지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하천의 오염을 방지한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수생태계의 회복을 이끌어 지속가능한 자연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평택시만의 노력으로 강 하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평택호로 유입되는 지류지천만 17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류가 속한 경기도와 충청남도 10여개 시ㆍ군이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평택시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일 수밖에 없다. 수질개선을 위해 지역과 지역이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환경문제는 다른 지자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사실은 평택시가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가며 얻은 값진 교훈이다. 평택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하나의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지자체 간의 연대를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6개 지자체가 참여한 ‘경기 남부권 미세먼지 공동협의체’가 결성됐고, 12월에는 충남 6개 지자체가 추가된 ‘경기남부권-충남환황해권 미세먼지 공동협의체’가 구성됐다.

미세먼지 공동협의체 구성으로 정부 부처 및 미세먼지 배출기업 등에 대한 대외 협상력이 높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 환경정비 설치를 유도했고, 한국서부발전의 중유발전기를 LNG발전기로 전환하는데도 성공했다. 올 1월에는 환경부장관을 만나 ‘미세먼지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위한 특별법 신설과 석탄화력발전소 대책 마련을 요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제 평택시는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2개 도, 10개 시ㆍ군 등이 포함된 수질개선협의회를 통해 지자체 간의 협업과 중앙 부처의 예산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하천 상류의 지자체들이 협의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경계는 인위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연은 하나의 생태계이다. 따라서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하나의 팀으로 대응해야 한다. 상류지역과 하류지역을 구분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시각으로 수질문제를 바라보자. 지금은 악화돼 가는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과 지역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기다.

정장선 평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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