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기, 새 패러다임을 찾아라] 언택트 시대…이젠 손끝으로 통한다

전 세계가 생활방식·경제구조 격변
온라인수업·쇼핑, 재택근무 일상화
디지털 금융 가속화… 테크핀 주목
오프라인 산업… 위기 속 변화 모색
스마트 스토어 등 대면 접촉 최소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인 생활방식과 경제구조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동 금지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기존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비대면 채널, 즉 ‘언택트’에 대한 선호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의 E-커머스 플랫폼 방문 수는 지난 3월 기준 143억4천만회로 코로나19 발생이전인 1월 대비 약 15억회 상승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물리적인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언택트’ 채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위주의 산업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본보는 코로나19로 인한 각 분야의 현황을 알아보고 대안을 짚어본다.

비대면 쇼핑
비대면 쇼핑

■ 변화하는 산업 구조… ‘대면’ 지고 ‘비대면’ 뜬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가장 큰 변화는 거리두기 시행에 따른 언택트(untact) 경제의 활성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쇼핑(음식 배달앱 포함)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에게 주문결제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택배로 받아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달한 지난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조9천618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4.5%나 증가했다. 항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103.7%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음식서비스(배달)가 82%, 음식료품이 71%, 생활용품이 52.8%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나 여행 관련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2월 기준 문화ㆍ레저서비스는 전년 대비 60%나 감소했으며, 여행ㆍ교통서비스 역시 4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들 역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언택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무인 점포 및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은 비대면 소비수요에 대응하고자 비대면 뷰티 체험매장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 면세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원격 사내 소통 모습
원격 사내 소통 모습

■ 생활방식도 변화… 재택근무·온라인수업 일상화

개인의 직장생활과 학습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와 집에서 공부하는 온라인강의가 일상화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를 경험한 근로자의 경우 46%가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30%의 응답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상회의 플랫폼 이용자 역시 급등했다. 영상회의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초 최소 8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 역시 감염방지 등을 위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사내 교육 등에서 비대면 형태의 업무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협업 툴 시장은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줌(ZOO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토스랩 등 협업 툴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우며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원거리 교육방식의 활성화 역시 두드려진다. 학생들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원격 기술을 활용한 E-러닝이 활성화된 것이다.코로나19 발생 이전 온라인 교육 기술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지난해까지 186억달러에 그쳤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5년까지 3천50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비대면 체온측정기
비대면 체온측정기

■ 디지털 금융 가속화… 테크핀 기술 급성장 예상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금융 분야에서는 테크핀이 주목받고 있다. 테크핀은 기술과 금융의 합성어로 핀테크를 구성하는 단어인 ‘금융’과 ‘기술’을 거꾸로 배치하여 만든 신조어다. 오프라인의 접점 없이 온라인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지칭한다.

생체인식 등의 기술을 앞세운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ICT기업이 금융 혁신의 주도권을 쥐고 있듯이 테크핀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방대한 모바일 고객군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등에 업고 전통적 금융회사가 가진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도 나온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회 전반에 큰 변화…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언택트는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미리 준비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언택트 사회를 맞이한 현재 우리 사회가 가져야 방향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언택트’로 인해 개인과 기업, 학교, 정부가 일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의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초과할 수 있다고 진단함과 동시에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이러스 창궐로 세계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에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그는 주요 기업은 공급 불확실성을 차단하기 위해 역내에서 주요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외로 옮긴 제조시설을 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김 교수는 코로나 19와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언택트 소비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 에듀테크 기반 원격 학습 도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교육 사각 지대와 격차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대면 근무 환경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유연 근무 확대와 재택 근무 경험으로 원격 수요가 증가하고 다양한 협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언택트 문화 확산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신중히 접근했다. 사이버 사회에서 비슷한 사람끼리만 교류를 하면 단편적인 사고에 빠질 위험이 있고, 디지털 양극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 위축, 여행ㆍ항공ㆍ숙박업ㆍ서비스업 등 전통적인 소비시장의 감소세 등 역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순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언택트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활성화에 힘쓰는 한편 정보 보안, 양극화, 전통산업의 붕괴 등을 통해 부작용 예방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역시 보편화되고 있는 재택 근무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업무 공간을 개선해야 한다”며 “개인은 유연한 근무에 대한 적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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