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지역예술계 길을 묻다] 온라인·로컬리즘, 새길을 열다

코로나 장기화 새로운 관객과 만남
공연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 새바람
야외·녹지 활용 ‘대면공연’ 등 모색
소규모 예술활동 풀뿌리 문화 기회

코로나19로 전통적으로 관객과 예술인이 만나 오던 물리적인 공간은 닫혔다.

대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인원의 규모가 성공을 말하던 축제의 틀도 깨졌다.

실내외 축제ㆍ공연장에 관객이 가득 찬 만석은 당분간 보기 어려워졌다.

경험과 공유 전달과 이해가 기본인 예술의 상호작용 방식이 새로운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로 만나지 않으되 만나야 한다. 이 성립되지 않는 등식에서 지역 예술가와 문화계는 어떤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까.

■ 온라인은 기본 탑재… 공연장·축제가 변한다

문이 닫힌 공연계는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며 언택트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3월 12일 경기도극단의 <브라보, 엄사장>을 시작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팝스앙상블>, 경기도무용단의 <춤-ON, 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新,시나위> 등 2020년 레퍼토리 시즌 공연과 기획 공연 등 10개 이상의 작품을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개별 예술인들도 1인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해 유튜브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박물관, 미술관 등 도내 뮤지엄도 온라인으로 발빠르게 대응했다. 전시장은 온라인으로 옮겨졌고, 박물관에서 보던 역사적 유물과 서적 등은 온라인에서 재현됐다. 뮤지엄과 공연장의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에서도 온라인 박물관, 상상캠퍼스를 온라인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e-상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데 예술가와 전문가들은 공감한다. 김용수 경기예총 회장은 “지금 온라인 공연 형식은 예술의 본질을 전달하기 보다는 온라인 공연이 진행된다는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라며 “제대로 된 예술을 전달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에게 온라인 교육 지원, 소규모 대면 공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 집단지성에게 길을 묻다’ 간담회에서도 자문위원들은 “공연예술의 특성상 온라인 공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야외나 녹지를 활용한 대면 공연과 짧은 클립, 해설공연 등 잠재 관객들이 흥미를 갖도록 하는 미디어 콘텐츠 생산의 다양한 시도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공연장이 방역의 최선을 갖춰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 등을 내놓았다.

■ 지속 가능한 로컬리즘… 지역 예술 생태계 ‘기지개’

코로나19 속 현재 경기도 예술계가 찾아가는 또 하나의 대안은 ‘소규모’, ‘로컬리즘’이다. 코로나19는 개인의 활동 범위를 중앙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동네로 좁혔다. 소규모 맞춤형 여행상품이 개발되고, 온라인을 통한 지역공동체가 구성됐다.

코로나19는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탄탄하게 할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로컬(local) 작가, 로컬 예술가를 재조명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이 지역의 예술가를 활용하고, 문화와 지역의 자원을 엮는 것이다. 국내ㆍ지역 작가와의 커뮤니티의 연계는 물론, 예술 본연의 역할을 생각할 때 예술인의 소통과 교육, 영감을 주는 사회적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숙 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는 “로컬 예술인들이 지역의 문화를 활용해 지역민을 엮고, 지역의 예술인이 리더로 나설 수 있는 예술공간, 지역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소규모가 모이는 예술 활동, 개인과 개인이 직접 마주치는 이 시점이야말로 문화의 뿌리를 탄탄하게 할 기회”라고 말했다.

지역의 기존 문화 예술을 활용한 로컬리즘도 코로나19 속 지속 가능한 예술로 주목받는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고유한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주민 주도의 문화재생사업으로 경기만 지역의 지역문화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한 무대 구현을 위해 객석은 소규모, 가족 대상으로 진화 중이다. 화성시문화재단은 지난 6월 ‘2020 ARTS STAGE:숲, 쉼’에서 ‘텐콕 콘서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잔디 객석에 일정한 거리를 둔 텐트를 활용한 ‘안전한 객석’을 구현한 것이다. 경기아트센터도 공연장의 관객 비율을 50% 이내로 축소해 운영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9월 Let’s DMZ에서 ‘튜브 텐트’를 만들어 가족별로 한 텐트씩 입장하게 할 예정이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 진정성·공공성 강화 필수”

“포스트 코로나는 다시 예술의 본질을 성찰하고 살펴보는 시대가 될 겁니다. 예술 본연의 감동과 가치를 진정으로 확인하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의 강헌 대표이사는 “코로나19가 일부 문화 예술계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예술의 본질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자, 공공성이 그 어느때보다 강화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음악 콘텐츠와 동영상, 영화 등의 예술작품은 수익성으로 확장 등 활성화가 예상된다”면서 “대면적 소비가 이뤄지는 연극,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의 기존 메이저 시장의 질서는 분명히 뒤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를 ‘마이크로 컨택트’ 시장, ‘살롱 시대의 귀환’으로 정의했다. 가족, 동네 커뮤니티 등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안전한 공간에서 작은 공연을 여러 번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얘기다. 강 대표는 “예전엔 거대한 무대에 서는 한 명의 공급자와 익명의 다수가 있었다면, 이젠 한 명의 문화 소비자가 예술가와 동등하게 대면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이 올해 말까지 선보일 <진심대면 공연(가칭)>도 이러한 의미를 담았다. 그는 “비대면 사회로 관객과 예술가가 만날 수 없게 됐음을 안타까워 하지만, 대면 사회에서 정말 우리는 진심으로 대면했을까 하는 성찰을 담았다”면서 “이제 문화 수용자들이 예술가와 일대일로 동등한 주체성에서 마주하는 만큼, 예술의 진지한 감동과 진심을 전하는 진짜 예술이 발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문화재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예술가가 공공성을 발현하고, 관객과 시민이 그것을 올곧이 느끼는 문화 예술을 펼칠 예정이다.

올해 4차례 진행해 호응을 얻은 <드라이빙 씨어터>를 상설화 하고, 미술은행이라는 공공예술 플랫폼 등 공공화사업을 런칭한다.

그는 “경기도는 지자체마다 환경이 모두 달라 테스트베드의 성격을 지닌만큼, 이 곳에서 혁신적인 실험이 필요하다”며 “지역 예술가들이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면서 시민과 만날 수 있도록 재단이 많은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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