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자치분권 25년간의 외침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25년이다. 제도에 의한 자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는 직선제 선거 도입과 더불어 그 행태도 실질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분권은 자치의 진전과는 달리 과거의 형태인 중앙집권적 체제가 견고히 유지되고 있는가 하면 다분히 권위적인 정권행태를 견지하고 보면 이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무늬만 자치분권이란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자치와 분권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부터 제도로 도입되어 국가 통치차원의 삼권분립을 비롯한 행정행위에서 사실적 또는 형식적 시행이 있었지만, 국민에게는 그것의 사실적 이행 여부의 관심보다는 정치권에서의 변화에 주목할 뿐 주민자치시대, 주권시대에 걸맞은 체감온도는 매우 낮다.

현행 제도에 의한 지방자치단체는 헌법 규정(117조 1항)에 따라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처리권’, ‘자치입법권’, ‘재산관리권’을 가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정부는 이러한 권한의 합리적 행사를 못 하고 있고 특히 재정 자립도 낮은 기초자치 정부는 자율적 예산운영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기초자치정부는 물론 광역자치정부조차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를 가지므로 자치정부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이란 중앙집권에 대응하는 용어로 일정의 지역주민과 그 정부(광역 및 기초)의 대표자가 결정권을 확충하는 것, 즉 지역의 정치행정에 자기 결정과 자기책임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현실은 하위법령에 종속되고 중앙정부의 예산에 의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해결 촉구는 어느 정부에서나 늘 반복적 제안활동이었다.

실질적 자치분권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본적 재정 분권을 실현시켜야 한다.

현 정부는 이미 대선공약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천명하고, 획기적인 재정 분권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였으며, 지난해에는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대통령이 직접 “지역의 일은 지역의 권한ㆍ책임과 재원으로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방재정제도를 혁신하는 것”이 재정ㆍ인사ㆍ행정 분권 방향이라고 발표하였다.

강력한 재정 분권의 핵심은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앙-광역-지방정부 간 기능재배분을 통해 지방의 세출권한(재정지출책임)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국고보조사업의 정비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고보조사업 중 국가적 사무는 온전히 중앙정부가 재정책임을 지고,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는 사무ㆍ사업은 지방으로 이양한다. 지방이양에 따라 발생하는 중앙정부의 잉여재원을 새로운 기능이 배분된 지방정부의 세입확충을 위해 지방세로 이양하여 재원조달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 분권이 자칫 제한된 국가재원의 지방으로의 배분이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지방과 중앙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이 되도록 진정한 재정협력관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민선 7기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21대 국회도 개원되었다. 이번 국회에는 지방자치 경력이 있는 국회의원이 43명이나 된다.

여의도에서 먼저 자치와 분권의 화두를 던져야 한다. 지방자치시대가 활짝 열릴 수 있도록 활발한 법률 제ㆍ개정의 입법발의로 주요 자치 의제들이 살아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이제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글로컬(Glical)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곽상욱 오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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