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준비하자

아쉽게도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종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개발이 무척 힘들고 백신은 더욱 요원하다고 한다. 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되고 있어 절대로 주의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국에서도 2차 확산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은 임시적인 강력한 방역 조치들이 앞으로는 상시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만약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또 다른 질병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질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생활방식과 도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정부가 비전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 즉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준비하는 것이 돼야 한다. ‘K-방역’으로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이 미래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선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우선 우리 산업의 경쟁력으로부터 출발하자. IT 기술과 전자제품 제조 능력을 활용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억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보고된 감염 사례에서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폐쇄된 실내공간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외선 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공조 시스템이나 공기청정기를 개발한다면 실내공간의 위험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마스크는 사실 매우 불편한데 에어필터 기능을 적용한 전자 마스크나 헬멧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모터로 공기를 공급해서 호흡을 편하게 하고 온습도 조절 기능도 갖출 수 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의복이나 모자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듯이 미래에는 웨어러블 방역제품이 외출 시 항상 착용하는 생활필수품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론 건축물과 도시구조의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생활방식이 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원활히 연결하는 GTX와 같은 고속교통편만 확충되면 밀도 낮은 주거지역에서 평상시 재택근무를 하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도심 업무시설 근처로 주거단지가 집중될 필요도 없고 수요가 감소된 업무공간은 주거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골치 아픈 부동산 문제까지도 해결이 가능하다.

미래는 항상 불안하다. 예상할 수 없고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서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새롭게 창조하고 인류의 미래생활과 도시환경을 선도하는 것은 어떨까.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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