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와 씨름, 택견은 우리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이자 전통무예다. 이 무형유산들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민족정서에 부합하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씨름과 택견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그러나 ‘활쏘기’는 씨름과 택견보다 더 오래된 신석기시대의 유물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이 돼서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됐다.
궁도(弓道)인들 사이에서는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유네스코 등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한궁도협회는 오는 19일 ‘활쏘기의 유네스코무형문화재 세미나’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는 궁도인들의 의지를 국민들께 알리고 문화재청에서 ‘활쏘기’를 유네스코 등재 신청종목으로 선정해달라는 요구사항도 포함돼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중인만큼 이번 세미나의 참가인원은 발표자와 토론자들로만 최소화하고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세미나를 한차례 연기했던 터라 더 이상 늦출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세미나가 더 늦춰지게 되면 문화재청의 ‘2024년 유네스코 등재 신청종목 선정 심사’에서 ‘활쏘기’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2022년은 ‘한국의 전통 장 문화’가 유네스코 등재 신청 종목으로 선정됐고, 2010∼2012년까지 유네스코에 접수한 뒤 계류 중인 무형유산 23건과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 공모에 응한 무형유산 9건 등 총 32건이 ‘우선 유네스코 등재 신청 대상’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활쏘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늦었던 만큼 ‘우선 유네스코 등재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갈 길이 매우 바쁜 상황이다.
‘활쏘기’의 경우 유네스코 등재 기준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전통무예진흥법’이 있고 궁도와 궁술, 국궁 등의 단체는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사전 동의와 의지가 있다. 또 ‘활쏘기’는 민속놀이와 전통무예로서 문화공동체에 기여해왔고,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적절한 보호 조치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활쏘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활쏘기’는 걷거나 달리면서 혹은 서서 활을 쏘는 ‘보사(步射)’와 말을 타면서 쏘는 ‘기사(騎射)’가 있다. 하지만 국가무형문화재는 보사만 지정됐다. 터키는 보사와 기사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기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활쏘기’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해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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