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 관심거리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8월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016 대선에서 힐러리가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선거인단(10명)을 뺏긴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언론과 학계는 바이든이 주도할 외교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높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비핵화는 재선 이후 과제로 미뤄뒀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제재완화와 같은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추측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했다. 민주당 주류보수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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