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며 불볕더위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꺾였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함이 느껴진다.
때가 되면 그저 가고 오는 계절에 인간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새삼 깨닫는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민족 이동의 진풍경을 선사했던 우리들의 한가위가 올해에는 좀 다를 것 같다. 아니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올해 귀향길 철도는 창가 좌석만 예매를 실시했지만 그 가운데에 절반도 못 미치는 전체 23.5%만 예매가 완료되었다. 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엄중함이 고향으로 가는 길목마저 막는 상황이다.
마을 어르신은 벌써부터 아들에게 전화해서 이번 추석에는 고향집에 오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핏줄이 당기고 보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혹시라도 고향길에 왔다가는 일이 자손들에게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4월 말과 5월 초 황금연휴와 8월 광복절 연휴 직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었다. 특히 8월 연휴 검사에 불응하는 때도 생겨났고 이동 동선을 함구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무증상, 잠복 감염을 완전히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좋은 겨울이 다가오는 것도 우리를 긴장시킨다. 백신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애석하게도 봄보다 결코 나아진 것은 없는 셈이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지는 않을지 당국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고향과 친지 방문에 대해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비록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시민 사회의 힘을 믿고 함께 가는 정부의 권고에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한다.
대구 코로나19 집단 발생 이후 온 국민이 지켜온 그나마 일상이 며칠의 방심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우리는 하고 있다.
오랜 거리 두기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영업시간이 줄며 소득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사람과 사회가 멈추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의료진의 피로감, 등교하지 않는 자녀 관리의 어려움, 각 가정과 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요구 받고 있다.
이번 명절만큼은 고향을 찾지 않고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대면하지 않는 것도 효도가 될 것 같다. 자녀와 집에서 조용히 머무는 것이 사회적 기여가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 하늘 장사 정보시스템’을 통해 21일부터 온라인 성묘가 가능하다. 온라인 성묘를 통해 조상에 대한 마음을 기리고 친지와의 만남은 영상 통화로 대신해 보기를 제안 드린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산소를 직접 찾아가는 벌초보다는 대행업체나 산림조합, 농협 등의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안성은 그나마 토착민이 많고 이동이 적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단 한 순간 단 한 사람의 방심이나 실수에 의해서 모든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순식간에 퇴보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복은 이동과 멈춤의 선택이고 이기심과 이타심의 투쟁이다. 보고 싶은 마음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각자 집에서, 이번 한가위에 우리가 해야 하는 사랑의 실천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직장인이 회사에 가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마음껏 영업을 하고 지인들과 만나 악수하고 껴안으며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면 사회를 향해서는 아쉽지만, 올해는 비대 면의 한가위를 보내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김보라 안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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