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꽃 처방

다양한 약들이 구비된 식물원

불안한 이들이 찾아와

자연 치유하는 약국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꽃의 처방이 다르다

계절과 병의 깊이에 따라

조제하는 약봉지에 들어갈 재료가 분류된다

우울의 처방약은

해바라기 씨에 박힌 응어리를 만져주는 것

틈새에 낀 민들레의 슬픔으로 상심을 달래고

화로 온몸이 독기로 타오를 때는

담벼락 아래 화사하게 웃고 있는

채송화를 가슴에 와락 안은 것만으로 가라앉는다

선인장 가시에 주저앉는다면 어떨까

내가 모르는 상처를 타인에게 주지 않았나

나를 돌아볼 때

나만 아픈 것이다, 에서 너도 아팠겠다

엔젤트럼펫으로 나도 상처받았다고 외치며

눈물 흘릴 수 있는 식물원

너를 떠나보내고

상실의 고통으로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이곳에 와서 처방 한 줌 받아 간다

 

전남 장흥 출생

2018「착각의 시학」

봄호 시 부문 등단

제7회 등대문학상 수상.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2020

시치료 전문가

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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