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가을 의자

서 있는 자들을 위하여

가을엔

그들에게 의자를 내주어라.

세상이 고요하고

만물이 침묵에 빠져 있을 때

야윈 몸과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의자가 필요하다.

그때 그들에게 의자를 내주어라,

또 외롭고 슬퍼서 춥고 배고파서

가을을 서성이는 자들에게도

의자를 내주어라. 그들의 눈물이

세상을 적시기 전에

아! 가을에는 다 내주어라.

의자도 기쁨도 마음도 사랑도

그리고 그대들의 곁도.

가을 의자에 바람이 분다.

가을이 왔다 간다.

수런거리는 소리

의자가 어느새 왁자지껄하다.

 

김율희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편집장.

작품집 <굴뚝 속으로 들어간 하마> <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거울이 없는 나라> 외 다수.

한국아동문학상, 한정동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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