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한 치매 환자가 경기민요를 듣자마자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강지숙 ‘경기민요 청실홍실’ 단장(64)은 10년 넘게 외로운 사람들에게 경기민요의 흥겨움과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강 단장은 어릴 적 명절 때만 되면 동네를 들썩였던 흥겨운 꽹과리와 민요 소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 남아있던 그 소리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평생학습원에서 민요 강좌가 열린다는 소식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가요와 달리 민요는 기계음이 없고 가사도 어릴 때 알던 그대로라 좋다. 특히 창부타령, 노랫가락 등 경기민요 가사는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어 깊은 여운을 준다”며 “이러한 민요의 매력에 빠져 강좌가 종료될 때 아쉬움이 컸다”고 밝혔다.
따라서 회원 8명은 동아리인 경기민요 청실홍실 구성해 요양원, 노인복지관 등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그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 ‘청송교도소 눈물’은 강 단장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우연한 계기로 경북 청송교도소로 향한 그는 정문을 지나 3개의 문을 더 통과하고 나서야 대강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절대로 무대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는 교도관의 안전수칙을 새겨들은 강 단장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소자들을 기다렸다.
당시 공연을 관람했던 재소자들은 모범수로 상당수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었다. 곧이어 민요를 부르기 시작한 강 단장 눈에는 눈물을 흘리는 20대 재소자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순간 이곳이 교도소라는 점을 잊어버릴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라며 “공연이 끝나고 몇몇 재소자들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숙연해졌던 교도소와 달리 요양원에선 흥겨운 춤사위가 벌어진다. 멍한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렸던 고령의 치매 환자들은 노래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깨를 들썩인다. 공연이 끝나면 아쉬운 표정으로 “언제 또 오냐”는 말도 잊지 않는다.
치매 환자들의 바람처럼 강 단장의 꿈은 계속 공연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멈췄으나 사태가 종료되면 따뜻함이 필요한 곳에 민요의 감동을 선물할 예정이다.
강 단장은 “노인이나 치매 환자들은 민요 공연에 푹 빠진다”며 “아프지 않고 꾸준히 봉사하다 나이가 더 많아지면 복지관의 민요 동아리 회원 가입,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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