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 운전을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났을 뿐인 나는 자타공인 베테랑 운전자가 아니다. 교통안전교육을 하러 다니는 업무를 맡고 나서는 차량 운전이 더욱 무서워졌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나만 잘 한다고 피해갈 수 있는 불행’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안전벨트를 잘 매고, 신호를 잘 지키고, 과속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주 오는 차가 미친 듯이 운전하는 차량이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도로 위 교통사고다.
보행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방을 보면서 운전하고 있어도 갑자기 주차된 차량들 틈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들이나 다가오는 차량은 보지 않고 앞만 보며 뛰며 무단횡단 하는 보행자를 만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사고를 피하기엔 늦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운전습관이 있는데, 바로 저속운행이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출발도 이런 사실에서 출발한다.
오는 2022년 정착을 목표로 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해 추진된 ‘안전속도 5030’ 교통정책은, 현행 도로교통법상 일반 도로에서의 제한속도 규정은 편도 1차로 60㎞h, 편도 2차로 이상 80㎞h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속도를 도심부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기본 50㎞h로, 주택가 도로 등 보행위주 도로의 제한속도를 30㎞h로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제한속도를 10㎞h로 낮출 때마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5분의 1로 줄어든다고 했으며 경찰은‘차량 속도가 60㎞h에서 50㎞h로 낮아지면 사망사고가 최대 40%까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속 10~20㎞h의 차이에 불과해보여도 이것은 보행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엄청난 차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운전을 하다가 불행히도 보행자를 충격했을 경우를 가정해 볼 때, 내 차의 속도가 60㎞h라면 사고 피해자의 80%이상이 중상 혹은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사고 당시 내 차의 속도가 30㎞h였다면 사고 피해자의 90%는 가벼운 경상정도로 그치게 된다.
필자는 위협적인 운전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가족 또한 그런 운전자로 인한 사고 피해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 결국, 차량 속도가 줄어들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생명의 중요성보다 원활한 차량 소통만을 강조할 것인지 같이 한번 되짚어보길 바란다.
백정진 파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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