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라떼세대 예찬론

초침이 지나가듯 빠른 세상 속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신조어가 생성되고 또 사라진다. 시류로 볼 때 베이비붐이 끝난 직후인 70년대 생을 X세대, 80년대부터 2천 년대 초반 태생을 Y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 한다.

아울러 꼰대 세대로 치부되고 있는 해방 전후 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별칭은 어떤 신조어로 바뀌었을까. 커피 문화가 발달한 세태를 반영하듯 모든 기준을 본인과 연관하여 “나 때는 말이야”라는 훈육조의 언사로 시작한다 해서 ‘라떼세대’라 한다. 그렇다면 라떼세대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이들도 한때는 무지갯빛 희망과 꿈을 꾸는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시련의 아픔을 겪은 세대들이다.

일본에 나라 잃은 설움을 체험 했으며 강제노역과 부역, 농작물을 공출로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해방 이후에는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피를 흘렸던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만난 것을 탓하지 않고 산업화 과정의 선봉자였으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이들에게는 항상 노동력을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에 헌납했다. 6ㆍ25전쟁 전후 복구사업과 산림녹화를 위한 사방공사에 동원됐고 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마을 길 확장사업에 농지와 노동력을 무상 제공했으며, 세계 최빈국 우리나라를 오늘날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60대 연배들 역시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 실과 과목의 실습이란 명목으로 모내기에 동원되고 벼와 보리 이삭줍기, 송충이잡이, 싸리 씨와 잔디 씨 채취 등 아동 노동에 시달렸으며 80년도에는 민주화운동의 초석을 다진 세대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로한 나이에도 젊은 세대들이 기피하는 농수축산업과 중소제조업체의 생산 라인, 경비, 미화원 등 산업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라 걱정을 한다. 낡은 손수레에 폐지를 주우며 고달픈 하루를 연명하면서도 대기업 총수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보면 안절부절못한다. 재벌가를 걱정 하다니, 좀 아이러니하질 않는가. 그렇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혹여 대기업이 망하면 미래세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굶주림을 애써 참고 허리띠를 졸라 매며 맨몸으로 부흥시킨 이 나라가 행여 다시 도탄지고(塗炭之苦)의 나라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걱정의 세계에서 탈출했으면 좋겠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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