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가짜 공정경제 아닌, 진짜 공정경제로 가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차이가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커졌다. 8월 기준 정규직의 급여는 1년 전보다 늘고(2.2%), 비정규직은 줄어(1.0%) 월 152만원 차이가 났다. 일자리 감소 숫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비슷하나 비율은 비정규직이 컸다. 근속기간은 정규직만 늘어(2개월) 차이가 5년8개월로 늘었다. 불평등은 코로나 이전부터 악화했다. 고용형태, 기업 규모, 노조 조합원 여부가 변수였다. ‘한국경제연구원’(2019)에 따르면 대기업ㆍ정규직ㆍ조합원의 월 급여(424만원)는 중소기업ㆍ비정규직ㆍ무노조(152만원)보다 3배 가까이 많고, 근속연수는 대기업(13.7년)이 중소기업(2.3년)보다 6배 길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제 비율도 대기업(60.9%)이 100인 미만(15.8%)보다 4배 높다. 30년 이상과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한국(4.4배)이 다른 나라(1.5배)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한국은 불평등이 자본보다 노동시장 제도 실패에 기인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 탓을 자본에 돌리고 노동시장 제도 실패를 방치했다. 좌파정치는 더 심해 아예 역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평등이 미국 다음으로 크다고 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소자본 자영업은 줄줄이 문 닫고 비정규직은 근로시간 감소로 소득이 줄고 청년은 아르바이트 일자리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이재명 지사는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며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재원 확보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불평등이 기본소득 얼마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국민을 현혹한다. 노동시장 진입과 고임금 일자리로 이동을 가로막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을 버는데 필요한 스킬을 배우도록 제도를 개혁하지 못하면 불평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줘도 불평등이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토마 피케티 교수는 자본이 노동보다 수익률이 높아 불평등이 생긴다고 했다가 최근에 주장을 바꾸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2020)에서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제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노조 등 좌파 엘리트와 우파 상인이 대립하면서도 결탁하고 반면, 저소득층은 일하는데 필요한 스킬을 배울 기회가 부족해 불평등이 커졌다고 했다. 피케티가 바뀐 이유는 자본에서 토지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자본과 노동이 비슷해지고, 스킬과 이동 능력에 따라 임금소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비율이 10대 90으로 노동시장이 단절돼 있다. 대기업ㆍ정규직ㆍ조합원은 제도적으로 보호받으나 중소기업ㆍ비정규직ㆍ무노조는 소외돼 있다. 게다가 교육과 노동시장이 단절되고 직업교육ㆍ훈련을 홀대해 소외계층은 학력이 높아도 기술변화에 취약해져 불평등이 커진다.

정부는 공정경제 입법으로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나섰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독소조항 때문에 불평등이 오히려 더 커지게 생겼다. 자본을 규율하는 상법 등 기업규제 3법은 대기업보다 코스닥에 상장한 혁신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준다. 대기업은 법률팀을 꾸려 규제 강화를 피해 가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해 단기 수익을 노린 기업 사냥꾼이나 기술을 노린 중국 자본의 밥이 되기 쉽다. 결국에 혁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법으로 좋은 일자리가 줄고 불평등은 늘 수밖에 없다. 노동을 규율하는 노조 3법은 대기업ㆍ공공부문 노조의 특권만 키운다. 그 부담은 결국에 중소기업 저임금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도 더 어려워진다. 진짜 공정경제는 중소기업ㆍ비정규직ㆍ무노조 근로자의 제도적 소외와 불평등을 깨는 데 있다. 가짜 공정경제가 아니라 진짜 공정경제로 가자.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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