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작지만 강한 도시 ‘과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과천시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 한 30만?”, “원래 7만이다가 지금은 재건축 때문에 6만인데요”, “그렇게 작았나요?”.

과천시는 정부청사 덕택에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긴 해도 매우 작은 도시다. 관악산과 청계산, 우면산 사이의 분지에 자리 잡은 35.85㎢의 면적에 인구는 6만1천982명으로 경기도내 31개 지자체 중에 30번째다.

인근 안양시(55만명), 성남시(94만명)와는 비교하기도 어렵고 의왕시(16만명), 군포시(27만명)에 비해서도 절반 규모다. 인근의 성남과 수원, 안양 등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 과천시는 1984년도(6만7천여명)보다 인구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행정조직으로의 과천시는 규모가 작은 불편함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한다. 베드타운으로 설계돼 태생적으로 세수 확보가 어려운 데다, 2016년부터 일반조정교부금 배분기준에서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과천시는 일반조정교부금 대폭 삭감을 겪어야 했다. 인근 지자체와 갈등을 빚을 경우도 덩치가 작은 데서 오는 불리함을 절감하곤 한다.

땅이 좁다 보니 도시계획에 있어서 선택폭도 좁다. 과천시로선 현재 개발이 한창 추진되고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 주암지구, 과천 과천지구 이후엔 더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없다. 용인시, 수원시, 화성시처럼 개발할 수 있는 넓은 땅을 갖고 있는 도시와는 사정이 다르다. 과천의 마지막 남은 땅인 선바위 일대 과천 과천지구의 청사진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규모가 작은 도시라고 해도 행정사무의 건수는 대도시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행정 일선의 부담이 오히려 크다는 게 작은 도시의 어려움이다. 게다가 중앙정부가 하던 행정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려는 추세로 내년 1월부터 기초 지자체가 국가 또는 광역단체로부터 위임받아야 할 행정사무는 무려 400건이나 된다.

그러나 과천시민들은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게 오히려 자랑거리에 가깝다. 대도시 도심에서 겪는 번잡함에서 벗어나 관악산과 청계산이 가까워 자연의 혜택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계곡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과천 말고 어디 있을까? 덕택에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처럼 느껴지는 아늑함이 있어서 커뮤니티도 발달 돼 있다. 종합병원, 백화점, 영화관이 없다는 불편함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과천시가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작은 도시인 탓이기도 하다.

시정을 펼치는 입장에선 시민들이 느끼는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도시의 불리함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짐을 절감한다. 정부청사이전으로 인해 도시의 성격이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힘만으로 도시의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 게 주어진 과제다. 과천 과천지구 신도시 등에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택지개발사업들이 완료되는 2030년이 되면 인구 15만명의 자족 가능한 최소한의 규모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작지만 강한 도시, 이른바 강소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선 과천시가 갈 길이 아직은 멀고,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김종천 과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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