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에서 30대 엄마가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비정한 엄마는 올해 2월 입양한 생후 16개월 아동을 1년 가까이 폭행하다 지난달 13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학대의심 신고가 3차례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뒤늦게 재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은 청원 마지막날인 18일 20만명을 돌파했다.
#2. 불과 나흘 만인 15일 하남시에선 베트남인 엄마(27)가 세 살짜리 아들을 지속적으로 때려 장기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혔다. 아이를 폭행한 엄마는 주변의 권고로 병원을 찾았다가 아이의 눈가에 멍이 든 것을 수상히 여긴 병원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결국 엄마와 동거남(19)은 모두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다.
매년 11월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은 가운데 경기지역 아동학대 신고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분리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행정편의적인 기준을 세우는 데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2천619건, 2018년 1만2천853건, 2019년 1만4천484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신고 건수도 2017년 3천564건, 2018년 3천726건, 2019년 4천116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를 모두 합치면 1만1천406건에 달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7천119건)과 인천(4천22건)에서 발생한 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분리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올 경우’ 해당 부모와 아동을 반드시 분리하라는 지침이다.
그러나 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애초 문제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강화된 분리조치’ 방안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다 현행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을 위배할 가능성까지 높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ㆍ현저한 경우에 분리조치가 가능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역시 사법심사에 따라 아동의 최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결정되는 경우에만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도록 한다.
현실적으로 경찰이 학대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리조치만 강화할 경우 현장 경찰관에 모든 책임이 집중되거나 분리조치가 경찰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아동학대는 얼마나 자주(빈도), 얼마나 심하게(심도) 학대당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 한 번의 학대만으로도 아이가 죽음에 이를 수 있는데 2회 반복 신고라는 것은 행정편의적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아동학대 발생 시 부모ㆍ아동의 즉각 분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논의 중”이라며 “다만 새로운 법안 제ㆍ개정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현행법 내에서 최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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