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치상죄 등의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추행으로 인해 다쳤다며 2~3주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폭행이나 강제추행행위에 수반해 생긴 상해가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사건을 준비하다 보면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 적시된 병명과 그에 대한 치료 내용 및 치료일수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를 과연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또한 가해자의 범죄 행위로 인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일자가 범행이 발생한 날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한 경우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해진단서에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를 포함해 여러 병명이 기재된 경우 ▲치료 내용 및 치료일수 등이 적시돼 있으나 정작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는 극히 경미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경우 ▲상해 부위 및 정도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채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상해진단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상해진단서의 병명란에 최종진단이 아닌 임상적 추정이라고 기재돼 있는 경우 등이다.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해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그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를 비롯해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년 4월7일 선고 2017도1286 판결 등 참조)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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