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세상으로 돌아온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은 이틀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취를 감춘 그와 달리 주변 곳곳에는 밤낮없이 시민들이 찾아와 소란이 이어졌다.
13일 새벽 1시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택가. 이곳은 애초 인적이 드문 골목이지만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려 마치 번화가를 방불케 했다. 또 폭 6m의 좁은 도로에 수많은 차량이 진입하면서 때아닌 교통정체가 빚어졌고 야간배달에 나선 라이더나 택배차량도 인파 속에 갇혀버렸다.
조두순의 동네가 아수라장이 된 건 그가 출소하고 집안으로 들어간 전날 오전부터였다. 이른 새벽부터 그의 집앞을 지킨 유튜버, 아프리카TV BJ 등은 창문에 돌을 던지고 도시가스 밸브를 잠궈버리며 시청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또 그를 향해 잔인하게 죽여주겠다거나 (조두순의) 아내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까지 내뱉었다. 온종일 동네가 아수라장이 됐지만, 조두순의 집은 해가 저문 뒤에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소란이 계속되자 같은 날 오후 10시께 경찰은 해산명령을 내리고 조두순의 거주지로부터 세 블럭, 약 100m 떨어진 곳부터 진입을 막았다. 20여명의 경력과 순찰차가 조두순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통제한 것이다. 그러자 유튜버, BJ 등은 더 크게 난동을 부렸다. 한 유튜버는 소음기를 제거한 차량을 끌고 온 뒤 엑셀레이터를 밟아 굉음을 내는가 하면 또다른 차량들은 계속해서 경적을 울려대며 경찰과 대치하는 등 밤새 소란을 피웠다. 조두순이 출소한 전날 오후 7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경찰에 신고된 동네 주민들의 불편 신고는 70건에 달했다.
경찰에 연행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수원에서 찾아온 고등학생 A군(17)은 조두순의 집 뒷편 가스 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다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이 과정에서 순찰차에 몸을 던진 50대 남성 B씨도 체포됐다. 유튜버끼리 폭행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유튜버 C씨가 조두순의 집앞에서 ‘짜장면 먹방’을 시작하자 또다른 유튜버가 시비를 걸며 주먹을 날린 것이다.
결국 조두순이 사는 건물의 한 주민이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며 집을 뛰쳐나왔는데,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되레 “조두순의 아내가 나온다”면서 악을 쓰고 달려들기도 했다.
지금도 조두순의 동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후 4시께 한 BJ는 한 손에 셀카봉을 든 채 조두순을 처단하라고 외쳤으며 일반 시민들도 커플ㆍ가족 단위로 몰려 영상통화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으로 방송 중이다.
이런 가운데 조두순이 사는 건물 외벽에 ‘분노의 대자보’까지 나타났다. 두 돌 지난 딸을 뒀다는 글의 작성자는 “너 같은 XXXX를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거머리 백만마리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며 “너의 형벌은 12년으로 끝났지만 지옥에 떨어져 120만년 넘게 천벌을 받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자보는 현재 경찰에 의해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들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거주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며 “대상을 불문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예외 없이 처벌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출소라는 일종의 ‘미디어 이벤트’가 과도한 조명을 받으면서 이슈에 편승하려는 심리가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흉악범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무고한 주민들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두순은 지난 12일 오전 6시45분께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안산보호관찰소를 거쳐 같은 날 오전 8시56분께 안산시 단원구의 자택에 도착한 그는 현재까지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김해령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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