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라이벌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더비가 존재한다. 이는 역사적, 종교적, 경제적으로 뒤엉킨 자존심에 따라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스포츠 전쟁을 치른다.
깃발 전쟁(戰爭). 이 단어는 과거 부족이나 민족 간의 전쟁에서나 쓰였지만, 지난 2016년 한국프로축구 K리그에서 그간 찾아보지 못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며 축구팬과 미디어 등의 대단한 관심을 끈 단어이기도 하다. 깃발 전쟁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SNS상 작은 도발에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K리그 1부에 처음 올라온 수원FC와 K리그 우승을 8번이나 달성한 전통의 명가 성남FC는 어떻게 보면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구단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 빼고는 전혀 다른 두 도시 간의 대결은 도시를 대표하는 두 시장의, 정확히 말하면 두 구단주가 온라인상에서 펼친 설전이 화제가 되며 시작됐다. 특히 양 구단주가 패한 팀 홈구장에 승리팀 깃발을 내건다는 공약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프로축구의 또 다른 흥행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깃발 전쟁은 두 구단이 2017년 2부리그로 강등되고 성남FC가 2018년 1부 리그로 복귀하면서 그 본질을 잃어버렸다. 이후 성남FC의 구단주였던 이재명 시장과 수원FC의 구단주인 염태영 시장은 2018년 도지사와 3선 시장으로 각각 당선되며 아쉽게도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축구팬들은 다시 한번 깃발 전쟁이 성사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기적 같은 승격을 이뤄낸 수원FC와 힘들게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성남FC가 내년 시즌 1부 리그에서 재회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제는 이재명 지사가 축구팬들의 염원에 응답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많은 축구팬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성남FC를 재창단하고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2016년 수원더비 미디어데이를 국내 최초로 시청(수원) 로비에서 했듯이 2021년에는 깃발 전쟁의 미디어데이를 경기도청 신청사(광교)에서 염태영 구단주(수원시장)와 은수미 구단주(성남시장)가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시 한 번 이재명 지사의 깃발 전쟁이 부활하길 소망한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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