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특집] 자중지란·재정난… 道체육회 혹독한 성장통

당선 무효·법정 다툼… 출발부터 선거 후폭풍에 휩싸여
사무처 분열·투서 ‘얼룩’… 특감 결과 위법·부당행정 무더기 적발
결국 예산 반토막… 직원들 인건비 축소·자체적인 사업 엄두도 못내
현행 민선 체육회장 선거제도, 체육단체 위축·정치 예속화 우려 확산
도입 취지 걸맞게 ‘정치 입김’서 자유롭고 ‘자립 기반’ 마련이 시급한 숙제

민선 체육시대 1년 ‘조명’

체육이 정치에 이용되지 않고, 자율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체육회장의 민선시대가 지난해 1월 전국에서 일제히 시행된 가운데 경기도체육회를 비롯 31개 시군 체육회도 선거를 통해 민선시대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 체육은 민선시대의 후폭풍에 시달리며 많은 우려와 과제를 산더미처럼 떠안았다. 지방체육의 민선시대 1주년을 앞두고 호된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경기체육의 현 주소와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해 본다.

■ 선거가 가져온 경기체육의 균열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출발했던 민선시대 경기도체육회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며 난파선의 위기에 놓여 있다.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시발점이 돼 당선 및 선거 무효와 이에 따른 법정 다툼으로 촉발된 경기체육의 내홍은 사무처 내부 분열과 2개월 간의 특별감사, 일부 직원에 대한 경찰 조사, 잇따른 상급 기관 투서, 도체육회 사무처장 내정설에 휘말리며 표류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특별감사 결과에선 22건의 위법 및 부당행정 사항이 적발돼 도는 중징계와 경징계 대상자 각각 5명, 주의조치 83명(건별 중복 징계 포함)의 징계처분을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이에 민선 초대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은 공식 사과를 통해 “이번 사태 이면에는 ‘관선 시대’의 관행 등으로 묵인된 안이한 체육행정과 규정에 어긋나는 예산 집행 등의 실책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며 1천370만 도민께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의 갈등과 도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이달 가동되는 등 좀처럼 경기도체육회의 사태는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도체육회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 예산 축소ㆍ사업 이관

‘식물 체육회’ 전락

경기도체육회가 2021년도 예산으로 요청한 도비 397억여원 가운데 체육회로 지원된 예산은 117억여원이다. 당초 요구 예산 가운데 사무처운영비 59억원 중 40억원이 삭감됐고, 전국체전 참가(83억4천여만원) 및 직장운동경기부(69억7천여만원), 도립체육시설 위탁(36억1천여만원), 경기스포츠 클럽(29억8천만원), 스포츠 뉴딜(17억4천여만원), 우수선수지도자육성(17억여원), 경기도체육대회(6억7천만원), 종목단체 운영비 지원(38억7천만원) 등 8개 사업비는 도가 체육회 직원을 파견받아 직접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경기도체육회의 예산은 도비 117억여원에 정부 및 대한체육회 보조금 등을 합해도 전년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인건비 축소는 물론, 자체적인 사업 시행은 꿈도 꿀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가 합심 노력해 지방체육회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법정 법인화를 이뤄냈지만, 정작 법정법인화 추진에 앞장섰던 경기도체육회는 오히려 관선 회장 시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경기도체육회가 하루 빨리 정상화 되기위해서는 경기도, 도의회와의 관계 정상화를 기반으로 당초 요구한 예산 지원과 사업 수행권을 되찾아야 하다는 여론이다. 더불어 민선 시대에 걸맞는 체육회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독립 못지않게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재정 자립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민선시대 정착 관건은 안정적 예산 지원

정치로부터 체육의 분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민선 지방체육회장 제도의 도입은 되레 체육의 정치에 더 예속화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게 체육계의 중론이다. 광역 체육회는 물론, 기초단체 체육회의 예산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탁상공론적인 체육의 정치로부터 분리는 요원하다는 게 체육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경기도체육회를 비롯 일부 지방체육회에서 지난 1년간 보았듯이 예산을 지원하는 자치단체와 의회로부터 체육회가 자주적인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완전 민선 체육회시대를 보장받기 요원한 상황에서 체육인들은 현행 같은 민선 체육회장 선거 제도는 체육단체를 더욱 위축시키고 정치 예속화시킬 우려가 있어 종전 대로의 관선회장 시대 회귀 또는 단체장과 체육회장의 런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런닝메이트제 역시 결국 선거 때마다 체육계가 편가르기를 통해 분열될 수 있어 역시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높다.

결국 민선 체육회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고 체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휘둘림이 없이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보장받고 정치권 또한 체육행정에 간섭하는 행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체육회장 선거에 임직원들이 개입하거나 줄서기를 하는 것이 완전 배제돼야 한다. 민선 2년차를 맞이하는 경기도체육회가 성장통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을 이룰 수 있을 지 많은 체육인들이 우려하고 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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