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처럼 사람들의 이동시간을 단축시켜준 동물이 또 있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은 힘들이지 않고 가장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고마운 존재였다. 인류가 말을 가축으로 키우기 시작한 시기는 신석기쯤이라 하고 우리나라에는 2천5백여 년 전인 청동기시대쯤이라고 한다. 자동차라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나오기 전까지 수천 년간 사람들의 발이 되어준 말은 여주시와도 각별하다.
여주의 ‘여’가 ‘가리말 驪’이기 때문이다. 가리말은 검은말이라는 뜻이다. 남한강을 중심으로 평야지대와 산이 적당하게 어우러진 여주 지형은 말을 기르고 훈련시키기에 좋은 고장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여주라는 지명 유래는 남한강변에 있는 영월루 아래 마암(馬巖)에서 ‘황마(黃馬)와 여마(驪馬)가 솟아났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고려 경덕왕 때 황려현에서 조선시대 예종 때 여주목이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마암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지명유래의 씨앗이 된 것이다.
그런 역사적 의미를 잇듯이 여주시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2021년 말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사업 선정으로 내년 12월이면 여주시 상거동 4만㎡에 실내?외 마장과 원형마장 등을 갖춘 공공승마시설이 들어선다. 국비와 지방비 총 51억 원이 투입되며 그 옆에 들어설 반려동물테마파크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주시는 말산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말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말농가 육성과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공공승마장이 조성되면 지역 학생들에게는 승마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장애인과 트라우마 직업군 등에게는 재활치료를 위한 재활승마도 추진할 계획이다.
말산업과 함께 여주시 역사성과 연결된 또 하나의 사업이 있다. 바로 GTX 유치다. 뜬금없이 말과 GTX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말은 시간을 단축해주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었다. 현대에는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여주시에는 고려말부터 흥천면 상백리, 귀백리와 효지리를 거쳐 가남면과 이천을 경유하는 말마당이라고 불린 역마소(驛馬所)가 있었다. 여주지역에 3개의 역이 있었고 이중 한 곳에는 18명의 역리가 있었을 정도다. 예로부터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여주시가 해온 것이다. 여주시는 이런 역사성을 현대의 이동수단으로도 잇고자 한다.
그동안 국가 철도정책의 방향과 변화를 따라가며 수도권 철도 교통 중심지로 성장하는 여주시의 발전을 차분히 준비해왔다. 대도시와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유치를 위한 ‘수도권 철도 교통중심지 성장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4월 1일에는 여주역에서 엄태준 이천시장, 신동헌 광주시장 등과 공동서명식을 가졌다. 40여 년 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온 광주-이천-여주가 GTX노선 유치를 통해 그간의 희생을 보상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수도권 내 불균형과 불공정을 해소하고 균형발전과 공정을 촉진시키는 시대적 사명임을 천명했다.
GTX 유치가 실현되면 경강선을 통해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발판이 되고 현 정부가 역점으로 내세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의 기폭제 역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또한 승용차중심에서 철도중심의 대중교통체계로 전환함으로써 광역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기후변화 위기대응에 맞서는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정책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과거의 이동수단인 말은 현대사회에서 철마로 불리는 기차로 변신했고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다. 이름에 말을 품고 있는 여주시가 GTX 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는 그동안 수도권 관문이면서도 균형발전에서 소외됐던 여주시와 12만 시민들의 발전에 대한 염원을 이룰 수 있는 꿈의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부디 GTX가 유치되길 기원한다.
이항진 여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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