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치권, 체육 살리는 정책 만들어야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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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활체육’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시절 지방체육 세(勢)의 척도는 전국체육대회 성적이었다. 경기도는 1981년 인천시와 분리된 후 착실히 기반을 다져 불과 5년 만인 1986년, 67회 체전서 첫 종합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후 1989년부터 서울과 우승을 번갈아 하던 경기도는 77회부터 81회 대회까지 5연속 우승 후 83회 대회부터 17연승의 위업을 이뤘다. 서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동계체전서도 지난해까지 18연승 행진을 이어가 경기체육의 이름 앞에는 ‘체육웅도’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었다. 이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생활체육 붐이 조성되면서 국내 스포츠의 관심은 점차 생활체육으로 이동해 갔고, 경기도는 이 부문에서도 단연 대한민국 생활체육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웅도’를 자부하던 경기체육은 최근 급격히 무너져내려 좌초 위기에 처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에서 비롯된 정치적 외풍(外風)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다. 1990년대부터 한국 체육의 두 축으로 운영되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지난 2016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통합된 것이 단초였다. 유사성이 있는 업무를 통합해 예산과 인력을 절감하기 위한 법률적 행위인 통합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두 단체를 물리적으로 묶는데 성공했지만 화학적 통합은 4년여가 지난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아직도 체육회와 종목단체의 조직내 반목, 대립이 여전하다.

경기도체육회를 비롯해 지방체육계를 흔든 또하나의 외풍은 예산을 지원하는 자치단체장이 맡아오던 체육회장의 민선화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통한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정치권이 밀어부친 민선 체육회장제도의 도입 취지는 그럴싸했다. 그러나 대부분 예산을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지방체육회 입장에선 이 제도가 오히려 정치 예속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지난해 일부 지방체육회 선거에서 보았듯이 정치인들의 관여가 여전해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명분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민선 체육회장의 재정 출연이 전무하거나 미미한 상황에서 그 권한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도 민선 체육회의 통제 빌미가 됐다.

최근 잇따른 정치권에서 내놓는 체육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커녕 체육계를 망쳐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안이라고 해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 들어서 국회에는 체육과 관련된 의원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몇명씩 진출해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에게 체육인의 목소리를 대변해 좋은 입법을 바라고 있지만 결과는 체육계를 곤경에 빠뜨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으로 체육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에 진출한 체육인들에게 당부드린다. 체육계의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 대한민국 체육이 학교체육과 전문체육,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아우르게 해야한다. 정치인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과 정책이 ‘체육웅도’인 경기도를 비롯 선진 체육으로 향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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