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쿠팡의 증시 상장과 기업 성과 공유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을 공식화한 쿠팡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으로 말 그대로 로켓 성장한 쿠팡이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장 이후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4천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2014년 중국 알리바바 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쿠팡의 미 증시 상장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주식을 통한 ‘성과 공유’ 계획이다. 쿠팡은 상장 추진을 발표하면서, 배송 인력인 ‘쿠친(쿠팡친구)’ 등 일선 직원들에게 1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현장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직원들 모두와 기업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55조원대 상장 추진에 1천억원대 주식 배분이 어쩌면 미미한 선행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센티브’로 불리는 기업들의 성과 공유 제도는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선한 인심을 쓰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정보가 투명해지고 구성원들이 당당하게 성과의 몫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기업이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연봉 대비 성과급 47% 소식에 20% 수준에 머무른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불만을 나타냈고, 그 소식은 기업 총수에게까지 전달돼 자신의 연봉을 반납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 이상 기업의 성과가 지배 주주와 임원진만의 고유물인 듯,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이 성과를 낸다는 것은 수많은 직원의 땀과 노력 덕분일 것이고,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라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쿠팡의 주식 배분처럼, 많은 기업이 앞장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구성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문화로 우리 사회에 보다 자리 잡게 되길 희망한다.

물론 그것을 실행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 최근 5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에 한국인 처음으로 가입하며 사회에 재산 환원을 약속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결단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룩한 성과가 아님을 알고 함께 공유한다는 것. 모습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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