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법인은 ‘문화원’을 운영하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아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해 왔다. 그러나 대표자 선정 절차의 문제로 인해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자, 새로 사무국장을 채용하면서 ‘월급을 350만원으로 하되 당분간은 월 100만 원씩만 지급하고 추후 보조금을 다시 지급받으면 그때 밀린 급여 또는 나머지 월 250만원을 지급하겠다’라고 설명한 뒤, 사무국장에게 임금으로 매월 1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보조금이 나오지 않자 결국 나머지 월 250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무국장은 2년 만에 퇴직하면서 나머지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그때 나머지를 주겠다’라는 임금약정은 그 사실(보조금지급)이 발생하지 않으면 월 250만원의 임금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조건’에 해당하고, 그 ‘조건’도 근로기준법 등에 반하는 무효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무국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 주겠다’라는 약정은 ‘부관’이라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데, 위 법률행위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 양 당사자가 임금약정을 할 당시 부관에 표시된 사실(보조금지급)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임금지급)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봐야 하지만, 만일 표시된 사실(보조금지급)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은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임금지급)를 이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월 350만원이라는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고 다만 위 부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기(나머지 임금의 지급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보조금지급)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때에 지급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의하면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하게 돼 있는데,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매월 일정하게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하게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이므로, 임금지급약정에 붙은 부관이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부관만 일부 무효가 되고, 나머지 임금지급약정은 유효가 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사무국장의 손을 들어줬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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