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에 대해 나름의 해석으로 재능을 자랑하자 공자가 말했다. 오소야천고다능비사(吾少也賤故多能鄙事). 나는 어려서 미천했기에 허드렛일에 능했다는 뜻이다. 공자는 자신의 깊이를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서 찾는다. 나 또한 지독히도 벗어나고 싶었던 어려웠던 젊은 날이 지금의 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됐기에 논어의 이 구절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
가난은 내게 머리로 셈할 여유는 주지 않았지만, 나에겐 누구보다 부지런한 손과 열심히 뛸 수 있는 단단한 발이 있다. 그 손과 발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경험을 했다. 이른바 땀의 영역과 고난 영역을 통해 겸손과 지혜를 배워왔다. 내가 배운 겸손과 지혜에는 꼭 함께 품어야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정의다.
현대제철 최초의 통합노조위원장을 마치고 동구청장에 당선해 처음 출근하는 날. 아내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사자성어를 내게 전했다. 공직에서 정의롭게 하라는 것이다. 공직이라는 소중한 직분은 잠시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내 것 인양 함부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박남춘 시장의 부름을 받고 균형발전정무부시장으로 더 큰 직을 맡고 있다. 1개월 남짓 굵직한 현안이 내 어깨를 짓누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조처럼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소신껏 임하면 당연히 정의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영흥도 대체매립지 조성 문제나 아암물류단지 내 화물차 주차장 조성 문제도 모두 다 지속 가능한 인천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현안이다.
정치적 이해를 떠난 전문가 집단의 통찰과 면밀한 분석과 숙의를 거쳐 시가 기본 구상과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더 살펴보기 위해 추가적인 용역도 했다. 모두가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은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과정과 절차의 공정과 정당성을 통해 시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과감하게 결단해 공동체의 더 큰 이익을 달성해야 한다.
도시 집중화에 따라 이해관계는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님비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경쟁하는 여러 요구에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근거 없는 차별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처사라 할 것이다.
행정은 공동체 전체 이익을 실현해야 하며 포퓰리즘이나 이기주의가 비집고 들어올 수 없게 엄정하게 해야 한다. 모든 진실에는 흑백이 없듯이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에는 정치적 이해득실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가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달콤한 희망을 말할 수도 있지만, 행정가는 공동선을 위해 진실을 말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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