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상담이 대면상담과 다른 것은 2가지다. 제품을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 문제다. 전자는 미리 샘플을 보내든가 디지털 홍보자료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신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신뢰감은 상대방의 비즈니스 자세와 매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1만건이 넘는 화상상담에서 바이어들이 들려준 사례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비대면 상담은 사실과 진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화장품 수출기업들이 여성바이어와 상담할 때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외모에 대한 평가라든가 ‘피부에 잘 맞는다’ ‘어울린다’ 와 같이 화상으로만 보고 무리하게 단정 짓는 말들은 오히려 독이 된다. 사실 관계를 화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던지는 진정성 없는 영업멘트는 바이어한테 수출기업의 신뢰만 잃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화상이지만 대면에 준하는 비즈니스 매너가 요구된다. 첫인사부터 전 상담과정에 바이어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영상으로 교환된 명함을 통해 누가 수출기업이고 누가 통역원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상담 중 통역원을 수출기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또한, 비록 직접 보지 못하지만, 화면 속 바이어와 눈 맞춤을 유지해야 한다. 수출기업이 옆에 있는 통역원만 보고 얘기할 때 바이어는 집중이 떨어질 수 있다. 의상도 비즈니스 정장이 좋고, 상담 장소를 집이 아닌 사무실로 해야 하는 이유는 1시간 남짓 짧은 시간 만나는 바이어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하면 휴대전화 보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전용장비 이용을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질 좋은 정보를 바이어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는 영상의 크기, 소음, 흔들림 등 불편하기 그지없다. 또한, 대면상담 때는 다소 외국어 실력이 떨어져도 표정과 몸짓으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외국어가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통역을 쓰는 것이 바이어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담바이어가 초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친밀하지 않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바이어의 구매력을 알아보려고 회사규모나 매출액, 종업원 수 같은 것을 묻는 것들이 그것이다. 비록 화상이지만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 참여하는 크고 작은 바이어들로서 이런 질문들을 받게 되면 자신과 회사 수준에 대해 평가받는 것 같아 상담이 잘될 리 없다. 코로나19로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비대면 글로벌 무역시대,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를 장착하는 것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