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년의 노후는 불안하다

내일배움카드가 있다. 취업여부나 직종에 관계없이 직업훈련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되는 카드다. 개인당 300만~500만원의 훈련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주변에서 이 카드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신문사 경제부에서 일하니 당연하게 잘 알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주로 질문하는 연령은 50대다. 이제부터라도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가깝게 지내온 50대 중반인 선배는 “아파트 1채와 국민연금이 유일한 노후 대비책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늦었지만 기술이라도 배워야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0대에게 지금은 위기의 시대다. 직장인은 정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어느 날 구조조정으로 나가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 종사자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담보 대출까지 받아 가게를 차렸지만 기대만 못하다. 월말에 마이너스만 안되도 다행이다.

지난 2월 기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모두 5천183만명이다. 이중 만 50~59세는 전체 인구의 16.7%인 864만명에 달한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51만명(17.4%), 224만명(16.7%)이다.

이 연령층은 대부분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태어났다. 이들이 첫 사회생활을 할 때만 해도 한국경제는 3저(원유가격 하락, 달러가치의 하락, 국제금리 하락) 영향이 이어지면서 장밋빛 미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9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사이 잠깐 잠깐 호황이 왔지만 생활이 나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다. 명목 소득은 증가했지만 생활은 팍팍했다.

사교육비 증가,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금융권 대출이 늘었다. 직장인의 뇌에는 온통 대출금 상환 생각만 가득하다는 농담이 한 때 유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로운 노후를 준비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주변을 둘러보면 극히 일부분이다. 현재 직장인의 법적 정년은 60세다. 그러나 공무원 등 일부 직업에서만 60세까지 갈 수 있다. 상당수는 이 전에 명예퇴직 등으로 그만둔다.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은 세대가 직장에서 벗어나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진다. 50대 중반이면 10년 후에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이 그동안 번 돈으로 생활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인구 절벽이라지만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으로 산업화시대의 일자리는 급속히 사라진다는 전망이 많다. 일부 전문직을 제외한 50대가 선택할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자영업도 부족한 자금과 경험 등으로 쉽지 않다.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른 사회안전망은 아직 충분치 않다. 현실적으로 일정부분 개인이 대비를 하지 않으면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조만간 노인이 되는 중년층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다. 단기간 일자리 마련 등의 처방에 그쳤서는 안된다. 중년층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년의 노후는 어둡다.

이현구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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