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금방 지나가듯 현대 외교사의 한 페이지가 훌쩍 넘겨졌다. 펼쳐지는 외교안보의 낱장들이 말해준다. 언제 순탄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북방외교의 닻을 올린 지도 30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이룬 적지 않은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맨 먼저 기술된다. 적대적 관계가 다면적 동반자 관계로 변환됐다. 구소련 일부이던 많은 중·동구 국가들도 대부분 수교 25주년을 넘기면서 한류를 품고 우리와 우호협력국가가 됐다. 데탕트와 앙탕트, 즉 화해와 협력의 공존외교로 발전돼 오면서 우리의 외교공간도 한참 넓어졌다.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면 그림자도 생기듯이, 북방외교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고민도 잉태하였다. 폴란드부터 카자흐스탄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로 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두 대국은 북한 카드를 넘어 한반도 카드를 쥐고 미국과 게임을 하면서 우리에게 외교안보적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역시 외교군사적 딜레마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광범한 영역에서 복잡한 딜레마로 나타나고 있다. 먼로 독트린에서 발원된 고립주의 외교노선은 행정부가 바뀌거나 국제정세의 변환기에 다시 출현한다. 베트남전쟁에서 좌절한 이후, 중동과 아프간에서의 무익한 개입주의로 실망한 이래, 미국은 지역분쟁에 영속적인 안정과 평화 만들기가 지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슈퍼파워의 보안관적 책무보다는 국익이란 외교용어를 선호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새로운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전개됐고, 중국과의 전략적 세계경쟁은 남중국해의 항모전단에서부터 중국 기업 텐센트 밀어내기까지 폭넓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벌써 30년 가까이 중국, 러시아와 씨름하고 있다.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란과 북한을 상대로 강경과 유연 사이에서 배회해 왔다.
한반도 문제는 대북 협상론과 강경론 사이에서 전략적 딜레마의 문제로 남아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동 결과에 대한 비판론의 연장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만 높아져 있다. 지난주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하여 방위비 분담금 가서명도 하면서 다시 한미공조를 다지는 장면을 비춰준다. 만성화된 비핵화의 난제는 물론 쿼드 플러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 현안들이 딜레마로 다가온다.
계절의 봄은 오고 있는데 한반도 외교의 봄이 다시 올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요한 제도화된 평화정착만이 외교안보의 딜레마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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