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수원시 경기도청 사거리 앙상한 가지 사이사이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와 매화가 한 데 섞여 봄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는 행인들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마스크 너머로 퍼졌다.
주택 골목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하나씩 고개를 든다. 봄꽃이다. 어제는 뽀얀 매화, 오늘은 노란 개나리다. 봄이 가까워질 때마다 한 올 한 올 흐드러진 색을 뽐낸다.
경기도가 봄꽃으로 물들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올 2~3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아 봄꽃들이 예년보다 빨리 필 것으로 예상된다.
매화는 지난 1월30일 제주 서귀포에서 처음 꽃망울을 터트린 이후 경기도에서는 기상관측소가 있는 수원을 기준으로 14일 개화했다.
개나리는 22일, 진달래는 그 다음 날인 23일 폈다. 진달래는 평년보다 8일, 개나리는 평년보다 9일 꽃망울을 빨리 터뜨렸다.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은 이르면 이번 주말 경기도에 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는 이미 지난 24일 개화했다. 지난해보다는 3일, 1922년 서울 벚꽃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빨랐다.
기상청은 애초 올해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를 4월11일로 예상했었다.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데 따른 계절의 심술이지만, 반갑다.
수도권기상청 관측과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갑작스럽게 벚꽃이 개화해 날짜를 예측할 순 없다”면서도 “다음 주부터 4월 초까지 봄꽃 개화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진행됐던 경기도와 지자체의 봄꽃 축제는 사회적거리두기로 대부분 취소됐다. 봄꽃 아래 올해도 마스크를 벗을 순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속 끝을 모를 것 같던 혹한 속에서도 봄은 왔고 꽃은 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이 봄을 즐겨 보자. 이제 우리 마음에 꽃이 필 차례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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