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3월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2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더욱 밀착하고 있는 북한이 점점 수위를 높여 긴장을 고조시킬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다. 두 차례 시험발사 현장에는 직접 참관하지 않고 오히려 살림집 건설 현장과 버스공장 현지지도에 나서는 등 민생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23일 평양시 사동구역에서는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 2025년까지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해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과학자거리에 2천500여세대와 려명거리에 4천여세대의 살림집이 건설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은 고층 아파트로 구성된 대규모 주거단지가 중심이다.
이틀 후엔 평양 중심부인 중구역에 위치한 강안 주택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일꾼들이 도시녹화와 자연경관 설계에 대한 인식과 상식이 부족하고 관심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건물과 자연을 하나로 융합하고 생활공간과 생태공간을 과학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고구려 시대 성문인 보통문(普通門) 바로 옆에 있는데, 김일성 주석의 관저 자리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유년기를 보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에 주택난 해결을 위한 주거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민생을 중시하는 애민정책의 표현이다.
주택단지 건설공사에는 북한군과 노동당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 사동구역 착공식에는 당 주요간부와 수많은 군인이 도열한 가운데 국방상 조선인민군 차수 김정관이 지휘부 깃발을 건네받았다. 우리로 보면 아파트 공사 총책임자를 국방부 장관이 맡은 셈이다. 이와 별도로 진행하는 보통강 주택구 건설은 노동당 중앙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8차 당대회에서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됐던 오수용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부장까지 맡았다. 노동당 경제부는 경공업과 농업을 제외한 경제 분야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군수공업 담당자가 겸임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건설에서 군의 역할과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종전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남북한이 전쟁의 공포로 인해 국방에 더 이상 과도한 국력 낭비를 하지 않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산업단지·특구 개발에 북한군이 적극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총칼을 녹여 미래 한반도 경제건설에 활용하는 날이 오기를.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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