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공범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일정한 수입이 없어 구직활동을 하던 K씨는 ‘단순한 서류 전달 업무, 누구나 지원 가능’이라는 구인ㆍ구직광고를 보고 한 회사에 지원했다. 얼마 후 해당 회사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K씨는 전화로 간단한 신상정보를 넘겨주고 문자로 이력서를 제출한 뒤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합격한 회사의 위치는 물론 대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회사에선 전화ㆍ문자로 업무 지시부터 했다. 지시에 따라 전달할 서류를 이메일, 팩스 등으로 전송받아 출력한 뒤 수원의 한 마트 앞으로 가 피해자가 될 대상을 만났다. 서류를 건네준 뒤 현금 3천만원을 받았고 이를 다시 전달책에게 넘기고 일당 20만원을 받았다.

이렇게 K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거책’으로 가담하게 됐다. 피해자로부터 피해금을 대면 편취한 것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속여 기존 대출의 계약 위반을 빙자한 뒤 기존 대출금을 K씨와 같은 수거책에게 현금으로 전달하게 만드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내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거책’을 고액 일당 아르바이트, 편한 서류 전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속여 구인ㆍ구직광고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취업 취약계층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범죄에 가담시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수거책이 피해자에게 건넨 서류는 위조된 금융기관ㆍ카드회사 대표이사 등 명의로 된 통합상환증명서 또는 납입증명서 등이다. 자신도 모르게 범행이 함께한 수거책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 등의 혐의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업무 강도보다 과도한 수당을 지급하는 고액 현금 수거ㆍ전달 아르바이트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취업한 회사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보고, 고용한 회사 측에서 현금을 전달ㆍ송금하도록 하는 경우 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허황된 미끼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추연철 수원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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