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정부는 대통령 주재의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여 개에 달하는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공직자의 토지투기 근절 방안으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23만 명에 이르는 의무재산등록자에 LH, SH 등 부동산업무 전담 기관의 직원 7만 명도 포함되며, 부동산업무 관련 공직자들은 소관 지역 내 부동산의 신규취득을 제한한다고 한다. 또한 일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130만 명은 소속 기관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토지 취득으로 인한 기대수익을 낮추기 위해 토지 취득 시의 심사 및 토지담보 대출 그리고 토지보유세도 강화한다고 한다. LH 사태를 인식하는 정부의 태도와 각오가 과거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과는 달리 엄중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수도권 및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토지는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매매가 매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매매의 어려움은 도심에서 지방 농촌으로 내려갈수록 대지에서 임야나 전답으로 갈수록 더욱 커진다. 왜 그럴까? 휴경면적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농사를 짓지 않은 휴경면적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6만3천32㏊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대라도 한다. 농업인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 등으로 늘어난 휴경 농지의 영향을 받아 경작 농지도 매매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노동력에 여유가 있어 추가 경작이 가능한 농민도 쉽게 오르지 않는 지방 농지 가격과 돈이 필요한 때 팔아 쓸 수 없는 매매의 어려움으로 인해 쉽사리 농지를 매수하려 들지 않는 것도 농지 매매를 어렵게 하는 원인에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 농지는 경작의 어려움으로 매도를 하고 싶어도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매입 시 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방 농지 매매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LH 직원의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투기로 인해 민심이 혼란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전 농지를 대상으로 매매와 보유를 어렵게 하는 획일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투기적 목적을 가진 공무원 등 비농업인의 농지취득을 막기 위해 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농지에 대한 획일화된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 토지 간의 매매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매수자가 한정된 지방 농지를 가진 농민에게는 생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방 농민들도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농사로 인한 수입은 계절 및 작물의 작황에 따라 한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의 매매야말로 그들에게는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이 있다. 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를 바로 잡으려는 정부의 의도는 좋으나 이것이 가뜩이나 쉽지 않은 지방 농지의 매매를 더욱 어렵게 해 수백만 지방 농민의 한숨이 될지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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