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봄을 여는 고로쇠

거룩한 사랑이다

기다란 링거줄을 통해

자신의 피를 몽땅 내어준다

달착지근한 맛

어머니가 행주치마에 안고 다니던

열두 식구 중 언제나 최하위 순번

사랑방 손님 한 두명 항상 얹혀 있고

매 끼니 잔칫집처럼 법석대 물마를 날 없던 손

할머니 모시옷은 하얀 쌀풀 먹여 삽삽하게 빨래줄에 걸려서

까다로운 시어머니 눈길을 보내고

아궁이 앞에서 불길 때문이라며 벌겋던 눈자위

가장 먼저 커다란 대문을 열어

새 날 마다 오롯이 내어 주기만한 어머니

고로쇠도 가장 먼저 봄을 열어 자신을 내어준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 충남 당진 출생.<국보문학>으로 등단.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시인마을> 동인.

황영희

충남당진 출생.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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