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서막

위태롭게 버티던 부동산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 어떠한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듣지 않고 정당성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증세가 현실화되자 사람들은 4ㆍ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민주당 내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 듯하다.

그동안 부동산 정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주택시장은 아비규환이다. 민심이 사납다. 정부 약속과는 달리 고공행진하는 집값으로 집 없는 사람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이 적지 않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금 증가를 걱정하는 이도 있고, 기초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거기다가 임차인의 보호와 주거안정을 위해 기습적으로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이 사회를 분쟁과 소송의 사회로 내몰고 있다.

재건축단지의 실거주 요건과 계약갱신청구권의 만남은 절묘한 분쟁을 낳고 있다. 분양권을 받아야 하는 집주인은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러나 세입자는 갈 곳이 없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집의 전·월세가격은 주변보다 상당히 낮다. 통상 전세가율이 60~70% 내외지만 재건축단지는 30~40% 수준이다. 결국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집주인과 이주할 곳이 마땅치 않은 세입자는 감정이 격해진다. 정부가 잘못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이 몰고 온 사회적 후폭풍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입자만 약자이고 피해자가 아니다. 지금은 집주인도 피해자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놓은 정부는 무조건 세입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편향된 판정은 이주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등장시켰다. 임대인을 절대악으로 내모는 정부의 편향된 시각이 세입자의 도덕적 불감증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가전세에 사는 삶이 넉넉한 세입자도 정부가 씌워준 무소불위의 무주택 임차인 우산을 쓰고 있다. 불공평과 불공정이 난무하고 있는 임대차환경이다. 정치인이 만든 부동산대책의 결과다.

증세와 주거이동 제약으로 이어지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고 결국 국민들의 저항으로 이어져 정권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무수한 경고가 있었다.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경고한 상황들이 차곡차곡 전개되고 있다.

파편적인 규제완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고, 대출비율을 90%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규제완화로 주택시장에 대못을 박아놓아 생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주택정책은 실종됐다. 주택정치가 난무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집값 안정이 아니다. 주택시장 안정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을 잘 관리하고 시장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필요한 주거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책이다. 잘못된 부동산대책 전반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