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데이터가 국력인 시대

세계 경제의 핵심을 데이터가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영화, 음악, 책, 논문과 같이 디지털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상품이 온라인을 통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다. 실제 물건이 전달돼야 하는 상품도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따라서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어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2018년 3억3천만명이 2조5천억달러의 상품을 구매했는데,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다. 이 과정에 개별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련된 데이터는 정보와 지식이 되고 이것은 다시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돼 경제적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3차 산업혁명시대에 석유가 경제의 원동력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데이터가 석유의 자리를 대처할 것이다. 강력한 국력을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첨단의 높은 생산력을 유지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데이터의 축적이 기술과 경제를 혁신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다. 모데나가 코로나19 백신을 RNA 메신저 방식으로 만들기로 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이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돈이 되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따라 국제적인 규범이 생겼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일관성이 없고 애매하게 단편적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이 가입하지 않았지만 CPATPP에는 데이터를 받은 국가가 이를 저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국경을 넘는 전자적 상품에 관세부과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북미 국가의 USMCA도 유사한 규정을 만들어 제한 없는 데이터의 흐름에 합의했지만, 북미지역에 한정돼 있어서 규범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EU의 GDPR은 ‘데이터 보호를 위한 일반적 규제’라는 이름처럼 개인의 데이터를 기업이 사용하는 과정에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려고 하지만 유럽에 지사를 둔 역외 기업에는 제도적 준비의 높은 비용 자체가 무역장벽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제도를 통칭해 레짐이라고 하는데, 상품과 자금의 국제적 흐름을 규제하는 ‘세계무역기구’가 있었고 항공 교통의 발달로 비행기의 운항과 국경횡단을 규율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과학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는 흐름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미·중 패권경쟁이 데이터 규범에 대한 주도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바이든 행정부는 21세기 디지털 규범의 형성과정에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한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기술과 법령을 통해 이른바 ‘만리방화벽’을 세워 중국 국경으로 데이터의 입출을 막고 자국민의 해외 웹사이트 접속도 통제해왔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데이터 관리 제도를 기술민족주의 및 기술권위주의 모델로 비판한다. 미국은 데이터가 가진 공공재의 특성 중 하나인 비경합성을 내세워 데이터 자산의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하는 개방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차별화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언급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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