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왜 일본 백신 접종률은 낮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백신 확보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 30일 0시 기준으로 한국의 1차 접종 인원은 305만6천4명(접종률 5.9%)이고, 2차 접종 인원은 19만8천734명(접종률 0.38%)이다.

일본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 역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21년 4월28일 기준으로 일본의 1차 백신 접종 인원은 235만2천255명(접종률 1.87%), 2차 접종 인원은 99만5천758명(접종률은 0.79%)이다. 1차 접종인원 기준으로는 한국의 접종률이 일본보다 다소 높지만, 2차 접종기준으로는 일본의 접종률이 한국보다 다소 높다. 그렇다면,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는 코로나 백신의 공급 부족에 의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 서구국가와 달리, 아직 자체 백신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백신개발에 가장 앞서는 의료 벤처기업인 ‘안제스’ 조차 3분의 2상 임상실험을 완료했을 뿐이며, 향후 3상을 남기고 있다. 가령 자체 백신 개발에 실패해도, 해외에서 백신을 충분히 수입할 수 있다면, 백신 문제는 해결된다. 미국 등에서는 백신에 대한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가운데, 백신 수입이 늦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백신 공급 부족은 일본의 보수적인 백신 허가 제도의 영향이 크다. 일본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3사와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필요한 양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백신 허가가 늦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해외 임상과는 별도로 일본에서 자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백신(5천만 회 분)이 지난 30일에 일본에 도착했지만, 백신 허가는 빨라도 5월 말 경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에 대해 자체 임상을 생략하고, 빠르게 백신 허가 절차를 진행한다면, 백신 공급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백신 접종 체계의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의 역할은 백신을 조달해, 지자체에 보내는 것까지이고, 실제 백신 접종은 지자체가 실시한다. 일본 정부가 정한 접종 기간은 지난 2월17일부터 내년(2022년) 2월까지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접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쿄와 오사카에 대규모 접종센터를 만들어서 운용할 것을 결정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백신 접종은 지자체의 역할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서둘러서, ‘접종자 관리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지자체 시스템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 즉,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려면 접종자 관리의 데이터화,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향후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코로나19 하에서 도쿄올림픽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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